오랜만에 일본 대학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간단하게 내가 다니고 있던 연구실과 연구 테마에 대해서,그리고 일본 연구실의 대략적인 일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2020.04.15 기준 수정
요코하마국립대학은 탈모와 같은 바이오 메카닉스 연구나 건축과 등등으로 유명한 학교이다. 그래서 나는 학부 3학년 때에는 바이오메카닉스(의공학) 계열 연구실을 한번 알아봤다. 신기하게도 정자의 움직임을 유체역학적으로 연구한다거나 진동으로 연골회복을 촉진하는 연구등등 재밌어보이는 연구가 많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올해(2019년)들어서 우리학과 내에서 의공학 분야가 인기가 많았기에 원래부터 좋아하던 걸 하기로 했다.
나는 원래 제어 관련 연구실에 관심이 있었다. 1,2학년에 반년씩 두,세연구실을 한학기간 직접 들어가서 겪어본 적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번엔 한국인 선배가 들어간 적이 있기도 한 제어쪽 연구실을 위주로 고민하게 되었다. 연구실 배정 이전(3월)에 있던 내부생을 대상으로한 연구실 견학회에서 의공학,제어,유체공학 관련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중 마에다 연구실이라는 로봇 제어와 관련된 연구실에 지원하게 되었다. 성적이 적당히 우수한 나는 별 어려움없이 내가 지원한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마에다 연구실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2004년 4월에 발족한 연구실로 로봇/생산시스템을 주로 연구하는 연구실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산업용 로봇을 교시 하는 연구, 캘리브레이션과 관련된 연구, 물건을 잡아서 옮기는 방식에 대한 연구, 사람 손이 물건을 잡는 방식을 연구해서 로봇에 적용시키려는 연구 등등을 하고 있다.
나는 이중에서 산업용 로봇의 교시(teaching, programming)를 지원하는 연구를 맡았었다. 구체적으로는 AR기술을 이용해서(홀로렌즈 같은 스마트글래스) 교시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테마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 번 더 제대로 정리해볼까 한다.
Unity와 C#,C++와 ROS 등등을 이용해서 했던 연구인데, 당시에는 저렴한 엡손의 듣보잡 스마트글래스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의 연구실은 기본적으로 졸업연구생과 석사에게는 월급을 주지 않고 학생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며, 성과에 대한 재촉이 좀 덜한 편이다. 다만 역시 월급이 없기 때문에 생활비는 조금 빡빡해지고, 학비를 내는 대신 연구에 대한 지원은 정말 빵빵하다.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는 내가 쓸 로봇으로 1000만원이 그냥 넘는 산업용로봇을 구매한다거나, 연구중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홀로렌즈2 (소비자용으론 발매도 안함, 기업용으로 500만원 이상...)을 사주겠다고 한다.(졸업하기 직전에 결국 도착했다. 발매가 늦어서 ㅠㅠ)
덤으로 컴퓨터도 이상하게 SSD 2테라(4만엔 상당)를 쓰라고 줬는데 정말 여러가지로 이해가 안갔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다.)
요코하마국립대학의 연구실을 기준으로 이공계열의 1년의 흐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문과의 경우, 그리고 학과별로 다를 수 있다.). 먼저, 연구와 관련된 정기적인 발표회 등등을 이야기 한뒤, 술자리나 졸업, 휴식과 같은 연례행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연구실마다 일주일에 한번 또는 격주로 다르지만, 우리 연구실에는 일주일에 한번의 연구 발표회와 공부회가 있었다. 연구 발표회는 말그대로 연구 현황을 자료를 준비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하였으며, 인원수 때문에 내 차례 자체는 1달에 한번 정도 돌아왔다. 다만 이는 연구실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공부회는 정해진 책 한권을 파트별로 나누어서 각자 파트를 맡고는 ppt를 준비해서 자기 파트를 열심히 설명하는 것으로, 하는 연구실도 있고 하지 않는 연구실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발표자가 질의응답을 하게 된다.
2주에 한번은 그룹미팅이 있다. 비슷한 연구 테마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교수의 방에서 소규모의 인원으로 여러가지 질문을 하거나 연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연구 발표회와 비슷한 느낌의 소규모 행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한달에 한번 정도 영문린코가 있었는데, 영문 린코는 각자 영어로 된 논문을 찾아 읽고 요약본과 요약본의 번역판을 준비해서 영어 문헌을 다같이 보는 것이다. 발표와 마찬가지로 질의 응답이 들어오기 때문에 논문에 대해서 분석해야한다.
연구외 행사나 술자리로는 간략하게 다음과 같은 행사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조금 비싼 料亭(요정) 느낌의 가게에서 방을 빌리고 코스 요리를 먹는다. 가격은 조금 쎈 편(1인 3,4천엔)이다. 술자리에서는 추태를 보이거나 교수님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자.
4월: 신입생 환영회
5~6월: OB카이라고 선배들과 만나게 되는 행사
8~9월: 연구실 엠티 (교수님이 따라가는 곳도, 따라가지 않는 곳도, 졸업한 선배들이 있는 곳도 없는 곳도 있다.)
9~10월: 추천입시(시험 안치고 대학원 진학) 및 대학원 진학 축하회 (외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사람이 없다면 좀 더 일찍 열릴 수 있다.)
11~12월: 중간발표수고회, 망년회
1월: 어쩌면 신년회
2월: 졸업 발표 축하회
3월: 사온회 (교수님에게 감사한다는 행사이다.)
연례행사는 다음과 같다.
4월 중에 4학년들이 연구실에 배정이 완료된다. 물론 외부에서 들어온 석사들이나 박사들도 4월까지 연구실이 정해지게 될 것이다. 일본의 이공학계열은 대부분 졸업연구를 졸업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학부 4학년은 다들 속하게 된다. 또한, 학과에 따라서 3학년 2학기 또는 3학년이라는 빠른 시기에 연구실에 속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문과 계열의 경우에는 세미나(제미)라는 것에 참가하게 될 것이다.
5월 말까지 자기가 연구할 테마를 정하게 된다. 당시의 마에다 연구실은 연구실은 매우 빠르게 4월 초에 테마를 정해버리게 되었다. 물론 학교나 연구실마다 기간이 가지각색인 편이다. 요코하마국립대학에서는 5월말이 보통인데 내가 진학한 도쿄대의 연구실에서는 2일 걸렸다.
7월 초까지 일단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그리고 연구실 마다 다른데, 보통 7월중순~7월 말부터는 4학년들은 인시야쓰미 라고 해서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사실상 빠른 여름방학에 들어가게 된다. 추천을 통해서 입학시험을 면제 받은 사람들이나, 석사 박사 1년차처럼 입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연구를 계속 해도 좋고 쉬어도 좋은 기간이다. (보통 인턴이나 취업활동을 하거나 연구에 매진하거나 푹 쉬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참고로 우리 연구실 학생들은 전원 성적우수자로 추천을 받을 수 있지만, 추천을 받으면 우리학교밖에 원서를 쓸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추천을 받지 않기로 했다. 참고로 동경대 대학원과 동경공대에 원서를 써볼 예정이다.(물론 이걸 고치고 있는 시점에서는 이미 동경대에 합격했다.) 2019/04/18 - [Life_History/도쿄대 대학원 입시 도전기] - 도쿄대 대학원 입시 도전기 (0) 목표 설정, 포부편 D-130
8월 말부터 입시가 끝나면 차례로 연구로 복귀하게 된다. 당시에는 나 혼자만 입시를 준비하니까 다른 4학년 동기들은 별로 상관은 없었다.
10월에는 연구테마를 좀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중간발표라는 형식으로 발표하게 된다. (보통 중간발표 1회, 2회 라고 하는데, 요코하마국립대학의 제어 쪽 연구실만 따로 모여서 0회라는 발표도 했었다.)
12월 말은 연말연시의 쉬는 날이다. 그동안 열심히 연구를 한 사람들을 위한 긴 휴일이 준비되어있다. 일본의 연말연시는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이 쉬게 된다. 별로 쉬는 날이 많지 않은 편인 요코하마국립대학도 이때에는 2주 가량 쉬게 된다. (중간에 등교일이 2~3일 정도 끼어있어서 피곤하긴 하지만.) 이 때가 졸업 논문 제출전 거의 마지막 안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월달부터는 보통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서 연구실에서 서식하게 된다. 졸업 연구를 완성해야하기 때문에 나도 꽤 오랜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냈던 기억이 있다. 다만, 대신 정기적으로 하던 연구 발표회와 같은 행사들을 면제해줄 수도 있다.
2월이 되면 졸업논문을 제출하고 심사를 받게 된다. 교수가 이미 한번 체크해주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통과할 것이다. 게다가 학부 논문은 다른 교수들에게 검증 받을 필요없이 지도교수님한테만 확인 받으면 되서 어려울 건 크게 없다.
2월 중에 통과한 논문으로 발표를 한번 하고 나면 졸업 요건을 만족하게 되기때문에 3월에는 기본적으로 연구실에 오고 싶은 사람만 오면 된다. 다만, 연구 테마가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넘어가면서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고, 나처럼 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경우에는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바쁠 수도 있다. 덤으로 이제는 못 만날 동기들과 즐겁게 놀러다니거나 술을 마시고 싶다면 이때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잇다.
3월말에는 대망의 졸업식! 이렇게 일본 학부 4학년의 연구실에서 1년이 흘러가게 된다. 석사와 박사도 큰 틀은 바뀌지 않지만, 1년하고 졸업하지 않는 다는 점과, 진학 준비이외에도 취업활동을 할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4학년도 진학 대신 취업준비를 할 수 있지만, 요코하마국립대학 학교의 경우 90%가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기 때문에 예외로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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