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상하차?!(1) 상하차, 그 실체를 찾아서 편
나는 지난 11월~12월 말까지 소위 말하는 상하차 알바, 물류 창고에서 짐을 실는 알바를 했다. Y택배사에서 일했고, A사의 택배를 많이 보았다. 아마, 여기까지만 말해도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충 어딘지 감이 올 것이다. 아마 제 아무리 무슨 기자단이다, 무슨 체험단이다 해도 일본에서 상하차 알바를 직접 뛴다는 발상은 못 했을테니, 아마 꽤나 재밌는 소재가 될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일본에서의 상하차 알바에 대해서 깊이 파헤쳐볼까한다. (상하차 알바와 다양한 현실, 그리고 일본의 물류 작업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1.이번에 소개할 일본 상하차 알바는 정확히 무엇인가?
사실 일본에서는 상하차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시와케(仕分け)라고 해서 일단은 물류를 분류하는 작업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상하차 알바의 모습은 라인 앞에 트럭을 주차하고 물건을 쌓는 것이었지만, 일본의 선진(?) 물류 시스템은 내 이미지와는 달랐다.
트럭에 직접 넣는 것이 아닌, 중간에 중개해주는 커다란 바퀴달린 바구니(짐받이)가 있었고, 각각 자기 담당의 바구니에 해당하는 물건들을 집어 넣어서 쌓는게 주된 알바의 내용이었다. *다만 바구니(짐받이)의 크기는 사람을 최대로 꽉꽉넣으면 10명은 족히 들어갈 사이즈이다.
2.아르바이트의 실제 업무내용은?
각각의 택배에는 택배회사 고유의 번호가 6자리 있다. 예를 들면 26-13-91 이라는 식으로. 맨 앞은 베이스 번호로, 이곳의 번호가 틀린 물건이 오면 무조건 꺼내서 다시 다른 베이스로 발송하게 된다. 가운데 두자리는 대략적인 지역, 마지막 두자리는 상세지역을 가리킨다. 이 숫자는 우편등록되어있는 주소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골때린다. 같은 번호인데도 더 가까운 센터에 해당하는 짐받이에 넣어줘야히기 때문에 번지수와 건물명까지 확인해서 넣어야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대략 적인 라인의 느낌을 나타낸 그림. 라인의 길이는 500미터 이상이다. 일부는 기계로 처리해서 2층에서부터 가지 라인으로 곧바로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라인의 맨 앞에서 적절한 페이스로 물건을 라인 위에 올리면, 라인 중간중간의 사람들이 자기 구역에 해당하는 물건이 지나갈 때 (보통 중간 2자리 + 약간의 뒷자리로 결정됨.) 가져오면서 가볍게 자기 구역의 물건을 해당하는 구역의 좌우 양쪽 정도로 분류를 해서 넘겨준다. 각 라인의 양쪽의 사람들이 해당하는 물건받이?에다가 물건을 무거운건 아래쪽부터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상자가 오는데 상자의 크기와 모양이 매우 다양하고, 상자가 아닌것도 오기때문에 집중해가면서 쌓아야한다.
짐받이가 가득찼을 경우에는 대기장소에서 새로운 짐받이를 가져온다.
가득찬 짐받이가 모였다면 엘리베이터 앞 또는 물건을 실을 차량 앞으로 짐받이를 이동시킨다. 바퀴가 달려있어서 생각보다 어렵진 않다.
그리고,내가 일한 택배사에서는 음식을 옮겨주는 냉장/냉동 택배 서비스도 같이 하고 있다. 냉장/냉동 택배 서비스의 경우에는 짐받이 대신 이동식,충전식 냉장고 또는 보냉제와 드라이 아이스를 이용한 운반을 하며 라인이 직선으로 두개 (냉동라인, 냉장라인)이 있는 것만 빼면 기본적인 업무는 위와 동일하다.
냉장고의 크기는 기본적으로 사람으로 꽉 채우면 8~15명은 들어갈 사이즈이다.
다른점으로는 냉장고는 기본적으로 조금 무겁기 때문에 미리 대기 장소에 꺼내둔 뒤, 전원을 켜고 식혀둔다. 중간에 냉장고가 가득차면 라인의 내부의 사람이 "데마스"하고 소리를 지르며 냉장고를 바깥으로 밀어낸다. 바깥에서 빙빙 도는 사람들이 가득찬 냉장고를 주워가고 새로운 냉장고를 가져온다.기본적으로 일손이 달리는 라인에 와서 도와주기도 한다.
또한 마지막 라인까지 집지 않은 물건중 마지막 라인에 해당하지 않는 물건들을 다시 보내는 일(逆送)도 있다. 짐이 별로 없으면 한쪽 라인을 돌리는 인원으로 두 라인을 교대로 돌리고, 짐이 많을 때에는 두 라인을 많은 사람들로 동시에 돌린다.
물건중에 보냉제는 선반 위에 올린다. 참고로 짐꺼내는 사람은 나가시라고 부른다.
내가 맡은 라인은 맨 끝 라인에서도 끝자리여서 평소에는 별로 물건도 안 오고 심심한데, 앞 사람들이 못 집은 물건들이 쏟아져 오는 경우에는 진짜 죽도록 바쁜 곳이었다.
그리고 마감으로 냉장고/냉동고/짐받이들의 QR코드와 시리얼 번호를 스캔하고 온도계 등등의 정보를 입력한다. 그 뒤에는 문을 닫고 자물쇠걸이 부분에 케이블 타이를 묶어서 중간에 열리는 일이 절대 없도록 처리한다. 그 뒤에는 각각 해당하는 차량 앞/엘리베이터앞으로 이동시킨다. 이러한 옮기는작업은 힛빠리라고한다.
3.상하차 알바를 하게 된 동기는?
어느 날 기숙사의 3층 게시판에 제대로 도장으로 허가를 받고 한 아르바이트 전단지가 게시되었다. 상하차 알바에 관한 것이었고 특정시간대(야간)의 시급 1800엔이라는 문구가 매우 인상깊었다. 시급 1800엔 개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영상편집으로 돈을 벌고 졸업 연구를 열심히 하느냐 시간이 모자르다고 느꼈다. 근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즐겁게 오버워치를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아직 좀 더 여유가 있겠다고 느꼈고, 시간 낭비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하차를 하면 좀 더 효율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날 돈이 없을 때마다 엄마나 여자친구한테 "공사현장 가보고 싶다, 노가다 뛰어보고 싶다, 야간 알바 해보고 싶다" 하고 헛소리를 하던 나는 사실 구라가 아니라 진짜 한번 쯤 해보고 싶었다.그래서 이번 기회에 상남자스러운 알바를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 먹게 된 것도 크다.
위의 3가지 덕분에 상하차 알바에 도전해보게 되었다.
4.일본 택배 회사의 물류 시스템은 어떻게 되어있는가?
택배 회사의 건물들은 각각 베이스와 센터로 구분되어있다. 센터는 고객으로부터 직접 물건을 받아오거나 물건을 접수하고 직접 차를 몰고 배송을 하는 곳이다. 기본적으로 정규직 직원들과 일본인 아르바이트 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베이스와 비교한다면) 베이스는 여러 센터에서 받은 물건들을 받아들인 뒤, 24시간 내내 가동하는 라인을 통해서 물건을 분류한 뒤, 다른 지역 베이스로 보내거나(運送) 해당하는 센터로 보낸다(横持).
그렇게 여러번의 이동 끝에 물건의 주소에 해당하는 센터에 도착한 후, 다시 해당 센터내에서 시간대, 배달 장소에 따라서 분류된 뒤 고객에게 배달하게 되는 형식이었다.
개략적인 물류 이동을 그림으로 나타내 보았다.
베이스와 베이스 사이, 센터와 베이스 사이에는 굳이 같은 택배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물류 업체(또는 개인)의 트럭을 많이 이용하는 듯 하다. 그리고 짐받이와 냉장고를 활용하여 짐을 쌓기 때문에 2톤트럭은 3분정도, 10톤트럭은 4분정도면 물건을 다 빼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트럭이 극한의 회전율을 보여주게 된다.
인간의 노동력을 이렇게 극한의 효율로 뽑아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탄스러웠다. 역시 일본의 도요타 뭐시기 공법? 암튼 공장식 노동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친해졌던 스리랑카 형. 좀더 열심히 사진을 찍어볼 껄 그랬다 ㅠ
5.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분류는?
각 업무별로 품질 담당자, 안전 담당자가 리더로 2명씩 배정되어있어서 업무가 진행되는 동안은 둘중 한명은 꼭 있었다. 다만 아마 다른 시간대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내가 다른 시간에 근무를 안해봐서 모른다. 이 분들은 정말 칼 같이 지시해서 업무시간 내에 업무가 끝난다.
그리고 보통 사원 몇명, 계약사원 및 알바 다수, 파견 다수로 구성된 팀을 이루고 있다.
사원들은 보통 감독을 하고, 지시를 내리며, 택배회사의 옷을 입고 있고 기본적으로 일도 한다. 출결 체크와 스케쥴 조정, 휴식시간 지시등등을 한다. 가끔 외국인도 있지만 대부분 일본인이다.
계약사원과 알바는 대부분 외국인이 구성하고 있으며 일부 경력이 있는 일본인이 각 라인의 라인장을 맡고 지시를 내린다. 알바의 경우에는 2달 일하고 1달은 무조건 쉬는 형태로 계약이 되어있다. 아무래도 여러 법률을 회피하기 위해서 또는 한달은 쉬고와야 쓸만한 사람이 되어서 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파견은 기본적으로 알바들과 하는 일이 같지만, 조용하고 한자를 읽을 수 있으며 표정이 어둡고 머리가 나쁜 사람들 같다. 가끔 파견인지 알바인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헬멧의 색깔과 형태, 입고 있는 복장을 구분이 잘 되게 해놓았어서 대충 보면 안다. 다만, 파견이나 알바중에서는 패션 스타들도 있어서 코트를 입고 오기도 한다.
6.각자 받는 돈의 정도는?
돈은 당연히 5번에서 말한 사람의 분류 기준으로 위에서부터 아래 순으로 받는다. 이곳에서는 사원을 제외한 사람들의 급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파견의 경우 정말 바쁜기간에만 파견회사에서 파견되며 매우 짠 시급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급이 9600엔 정도 나오게 된다. (시급 1200엔꼴, 휴식시간 제외시 1371엔꼴, 중간에 파견회사가 비싸게 가져가는 돈이 있어서 이렇게 된다.)
알바는 연말연시처럼 물류가 몰릴때에 시급을 올려서 숫자를 늘린다. 이때만큼은 계약 사원보다 시급이 높지만 평소에는 계약 사원보다 돈을 못 받는다. (시간에 따라서 다르니 확인 필요) 다만 하루 일하고 하루 일한 돈 바로 받는 형태로 일하면 파견보다 약간 더 받는 수준으로 급여가 떡락한다.
계약 사원의 경우 1년 내내 똑같은 돈을 받으며, 한달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매일 출근하였을 경우에 한하여 보너스가 지급된다. 어떻게 보면 제일 불쌍한 계급이다.
사원의 경우 택배회사의 채용 정보를 확인해보도록 하자. 아마 연차가 쌓이기 전에는 복리후생때문에라도 알바보다도 시급이 안나올 것 같긴하다.
참고로 실제 내가 다닌 야간의 기본 시급은 평시에는 1300엔 정도이고, 연말연시와 같은 시즌에는 1440엔이다. 여기서 야간 할증으로 25%가 붙어서 1800엔이 되는 것이다. 또한 10시부터 5시까지가 야간할증이 붙는 시간이며, 5시부터 6시까지는 야간 할증이 붙지 않는다. 또한 근무시간을 초과할 경우 잔업처리 되면서 할증으로 25%가 붙게 된다.
7.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의 성별, 국적, 나이대는?
대략 제일 많은 사람들은 베트남 20대들이다. 그 다음은 스리랑카 20대, 그다음은 네팔 20대, 그다음은 일본인 근무자들 그리고 중국인 1~2명, 한국인 나 혼자.
다만 파견으로 사람들이 나올경우 베트남 사람들 다음으로 일본인이 많아지게 된다. 남성들이 더 많이 일 할 거 같지만 신기하게도 여성이 꽤나 많다.
베트남 사람중에 여자애 몇몇, 스리랑카도 여자애 몇몇, 그리고 일본인들도 여성분들 몇몇. 파견을 나오는 사람들은 가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많아서 파견이 나올 경우에는 여자가 과반수를 넘기도 한다. 가끔 코트나 예쁜옷을 입고 와서 상하차를 하는 여자애들을 보면 많이 신기했다. 커플로 와서 상하차하는 파견 커플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파견은 어디서 빚이라도 크게 지고 온건지, 머리가 빈건지, 삶의 의지를 잃었는지, 아무 말도 안하고 아무 것도 안하고 멍하니 바보같이 서있고 시키는 일만 한다. 눈도 가끔 죽은 눈 같아서 무섭다.
파견이 아닌 나머지 일본인들은 그냥 평범한 일본인들인데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이다.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이 사원들을 빼면 많지 않다. 외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젊고 생기가 넘치며 야간에 상하차하는걸로는 기운이 안빠지는 지 연애까지 한다. 정말 돈 밖에 모르는 순수한 친구들이다.
8.물건 던지나요? 짐은 무겁나요? 허리는 아프나요? 일상생활 가능한가요? 등등
물건을 매우 많이 던진다.
처음 직원교육에서는 절대 던지지 말라고 교육시키고 소리를 내지 않고 물건을 둔다, 양손으로 물건을 잡는다, 내 물건처럼 생각하자고 하길래 그렇게 하려고 막상 가보면, 물건이 매우 많이 쏟아져나오면 사원이 먼저 나서서 던지는 시범을 보여준다. 사실 던지지 말라는 교육과 함께 한 물건당 4초 10초 이런 규정도 같이 줬기 때문에 양립이 불가능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라인위에 올라가서 걷지말라는데 사원이 직접 라인을 타고 와서 질문 또는 지시를 내리고 사라진다. 라인위에 앉아서 쉬거나 누워있는 경우도 꽤 많다. 가끔 주소 등록지가 틀려서 올때도 있고, 주소 등록지가 떨어져서 행방불명이 되는 짐도 있었다. 완전 개판이다. 하지만 센터에서는 고객 이미지 관리가 중요해서 좀 더 정중하게 물건을 다룰 것 같고, 내가 일한 지점이 아닌 곳에서는 규정을 잘 지킬지도 모르겠다.
물건이 매우 무거울 것이라는 편견과는 다르게, 최대 무게는 약 25kg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반 정도가 한손으로 집어서 던질수 있는 정도의 물건이었다. 다만 냉동/냉장 코너의 경우에는 조금 더 무거운 물건들이 많았다. (다만 일은 더 편했다.) 기본적으로 여자도 양손으로 들어서 옮길 수 있는 물건들이 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허리는 짐을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 편차가 있었다.
처음에는 허리가 조금 아팠는데, 의식적으로 자세를 조절하니 허리 통증은 곧 사라졌다. 물건이 얼마나 많이오든 말든 간에 몸이 더 중요하니 자세를 주의하도록 하자. 다만 오래 하면 허리가 작살나는 일은 분명했다.
그리고 악명에 비해서 여유롭게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주 3일 21시간 밖에 투자를 안하기도 했고,실제로 다른 일을 3가지나 더 맡아서 하는데도 제대로 마감들을 맞출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일상생활을 컨트롤 하면서 밤낮이 뒤바뀌지도 않았고, 술자리나 여행 등등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참가할 수 있었다. (영상 편집 알바, 영상 편집 알바 작은거 하나, 연구, 상하차 알바, 여행, 술자리, 공공기관 업무 등등) 그리고 냉동/냉장의 경우 온도계의 온도를 기록하게 되어있는데 실적을 위해서 주작이 판을 친다. 그냥 온도계의 온도는 무시하고 적절한 온도를 적어서 내고, 냉동의 경우 온도계 앞에 드라이아이스를 바로 꽂아서 온도를 자체를 조작한다.
다만 일반적인 안좋은 편견을 가지고 상하차 알바를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9.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은?
먼저 나빴던 점을 이야기하자면,
일이 너무 지루하다.
처음에는 새로운 일 같아서 재밌었는데 너무 쉬워서 금방 배우고 익숙해져서 질린다.
일하는 환경이 춥다.
냉장고의 안이거나 문이 활짝 열린 공간이어서 추운데, 여름에는 일하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급료가 많지 않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8시간 근무시에는 무급으로 1시간의 휴식이 일본의 법으로 정해져있어서 강제 적용되는 걸 내가 몰랐던 점, ㅈ같은 회사가 테도리 1800엔이라고 적고 실제로는 1440엔 +할증이라서 1시간은 싸게 일하는 점, 원청징수 세율을 생각 못했던 점, 교통비 미지급이 생각보다 빡치는 점,22시부터 근무인데 ㅈ같은 회사가 22시 30분부터 나오라고 시킨점(다만 나중에는 30분 덜 일해서 행복했다.), 1~9분은 급여계산이 안되는 점 등등이 종합적으로 적용되서 그렇게 됬다. 물론 그래도 다른 일보다는 시급이 세다.
낮에 졸리다.
그냥 졸리다. 별수 없다. 서서 자는 능력과 지하철에 앉으면 잠드는 능력이 생긴다.
내가 일한 자리가 구리다.
고학력으로 적어서 냈더니 ㅈ나 일은 많고 힘든 자리에 내가 배정되었다.내가 일하고 다음에 일하러 갔을 때 같은 라인의 한명이 탈주해서 일이 더 빡셌다.맨 끝 라인이었는데 앞 라인이 못 집은 물건들이 오기 때문에 물건들이 많이 들어오는 날이면, 내 물건이 아닌 물건들이 잔뜩 와서 그걸 또 앞으로 보내는 짐받이에 쌓아야한다. 그리고 아무리 쌓아도 쌓아도 어느 순간부터 짐이 라인 옆으로 떨어지고 물처럼 짐이 쏟아지는, 물건이 혹시 입자고 저건 액체가 아닌지 의심스러운 현상이 벌어진다. 게다가 앞으로 보내는 짐받이에 물건을 넣으면 다시 돌고돌아서 뒷자리로 오는데, 아까 본 물건이 2번 3번 또 있으면 일의 무의미함에 깊은 빡침을 느끼게 되고, 이걸로 돈 받아도되는지 회의감이 든다.
카메라와 핸드폰이 반입 금지이다.
물론 왜 반입 금지인지는 잘 안다. 택배를 다루는 상태를 찍히거나 위생상태를 찍히면 회사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거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이 나는 핸드폰과 카메라를 록커에 넣고는 반입하지 않았다. 다만 핸드폰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입하고 있었다.
이제 좋은 점을 말해볼까 한다.
정리를 잘하게 된다.
진짜 전문적으로 정리를 잘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물건을 예쁘게 차곡차곡 수납하고 분리하는 능력이 생긴다. 아마 오래 일하면 정리 강박증에 걸려서 깔끔하게 잘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체시력과 반사신경이 증가 한다.
처음엔 천천히 돌던 라인과 큼지막한 숫자들이 나를 반겨주지만, ㅈ같은 누군가가 점점 라인을 빠르게 회전시킨다. 그리고 커다란 숫자들은 모두 다 채가고 작은 숫자들만 남기 시작한다. 매우 빠르게 눈동자와 손을 굴리기 시작하면서 반사신경도 함께 자라는 것 같다. 일을 하고 나서 집에가서 잠을 자는 대신 오버워치를 하면 진짜로 내 에임이 상승해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데드리프트와 스쿼트 등등의 운동으로 허벅지,등,허리,삼두,이두가 함께 자라난다.
아침마다 하는 근육운동 루틴을 하고 저녁에 또 운동을 하면 근육이 자라나는 꿈나무처럼 자라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내 몸은 탄탄한 편인거 같다. 덤으로 살은 확실하게 빠진다.
물건을 잘 던지게 된다.
대충 척척 던져도 각이 잡히게 착지하도록 물건을 던지는 법을 익히게 된다. 언젠가 수리검으로 사람을 암살해야할 때에 정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라인이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진공청소기 같아서 엄마 뱃속에 있던 시절의 편안함을 떠올릴수 있다.
라인 돌아가는 기계소리가 마치 엄마 뱃속에서 듣는 소리와 비슷해서 잠이 매우 잘온다. 그래서 서서 잠들기도 한다.
불면증을 감쪽같이 치료해준다.
진짜 앉아서도 서서도 어떤 자세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잘 수 있는 몸을 만들어준다.
하루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나는 보통 2일에 한번 일해서 일 나가는 날과 일 안나가는 날을 묶어서 48시간 단위로 생활했다. 잠을 2일에 한번 자면, 10~12시간 정도 자게 되는데, 하루에 6~8시간씩 잤었으니 단순계산으로 2시간~6시간정도의 수면시간 이득을 보게 된다. 이 귀중한 시간에 다른 부업을 또 뛸 수 있다. 덕분에 바쁘다바쁘다하면서도 오히려 시간이 확보되어서 좋았다.
시간의 효율적인 사용방식과 계획적인 사용방식을 익힐 수 있다.
일처리를 하는 방식을 잘 관찰하고 지시를 내리는 타이밍 등을 조금만 신경써도 바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우선순위를 우선시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잘 적용 되어있어서 대단했다.
외국인들의 인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눈만 마주쳐도 웃어주는 나이스가이들과 함께 상하차의 마성의 매력을 배울 수 있다. 다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게을러 보이거나 일을 못해 보여서 답답해서 빡칠 수 도 있다.
외국어를 원어민 교사들과 함께 배울 수 있다.
한국인이 나 밖에 없어서 일본어는 당연히 늘거고, 영어와 원하는 국가 말을 하나 습득할 수 있다. 솔직히 알바하면서 제일 재밌던 일은 외국어 물어보고 집에 가서 아무나 잡고 외국어를 써보는 거였다.
돈을 준다.
일단은 짜다짜다 뭐라뭐라했지만, 보통 알바에 비해서 적은 시간 일하고 많은 돈을 받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썰을 풀 수 있다.
일본인한테도 한국인한테도 풀 수 있는 재미있는 술자리 썰이 생긴다.
고백 공격을 당할 수 있다.
왠 첨보는 여자애가 눈 몇번 마주치고 나서 질문 공세와 함께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다만 예쁜 사람은 별로 없다.
물류 서비스업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ㅈ나 심심해서 구석구석까지 살피고 모든 자료 읽고 외우고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전문가가 된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볼 수 있다.
내가 정상적으로 동경대 나와서 취직했다면 볼 수 없었을, 사회적으로 하위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과 정신이 나간 죽은 눈을 한 사람들, 외노자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다들 나쁜 사람은 아닌 듯 하다.
커다란 역과 일하는 근무처 사이에 버스를 매시간 운영해서 교통비를 절약하거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덕분에 근무하러 가는 시간이 10분이상 단축되지만, 외국인 친구들이 근무시간 직전 차량에는 가득가득 타므로, 되도록 2번정도 전 차량을 타야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어쨋든 공짜 버스니까 이득이다.
등등 수 많은 장점(?)이 있었다.
이번 게시물에서는 일본에서 저번주까지 상하차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물류에 관한 내용, 상하차의 실체에 관한 내용에 관해서 정리해보았다. 개인적인 경험인 점,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 있는 점, 모든 택배회사가 같진 않다는 점(무거운 건 따로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회사가 있고 반대로 가벼운 것도 마찬가지이다.),지점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쉽게 말해서 반쯤 재미로 봐달라는 이야기이다.
다음 편에서는 응모와 합격, 첫근무 및 연수,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들에 대해서 정리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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