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발착, 렌터카로 간토 일주! | Travel in Japan (3)
시험 기간 동안 열심히 기획하고 계획을 수립한 대로, 바로 렌터카를 빌려서 후배들과 함께 간토지방의 여러 현들을 방문하는 여행을 떠났다. 이번 여행에서 방문했었던 현들은 (출발:카나가와)-야마나시-나가노-니이가타-후쿠시마-도치기-사이타마-이바라키-도쿄-(도착:카나가와)로, 내가 이때까지 경험했었던 여행 중에서는 한 번에 가장 많은 숫자의 현들을 방문한 여행이었다.(물론 2021년 현재는 이조차 갱신되었지만) 다만, 시간 관계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후쿠시마, 사이타마, 이바라키, 도쿄의 경우에는 거의 그냥 지나쳤다. 후쿠시마는 왜 생략했는지 모두 알 것 같고, 여기에 꼽은 나머지 현들은 다 제대로 여행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시작
사실 여행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원래 기후현의 시라카와고에서의 1년 중 며칠 밖에 진행하지 않는 라이트업을 보기 위해서 기획한 여행이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시작된 입장권의 사전 구매에 실패하여 어쩔 수 없이 기후현 대신 간토지방과 니이가타 쪽으로 돌기로 계획을 크게 수정하게 된 여행이었다.
이렇게 된 김에, 숙박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차에서 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숙소에서 아낀 돈으로 조금 더 좋은 차를 빌려서 차에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자는 쪽으로 최종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후배가 마침 토요타 렌터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토요타 렌터카에서 렌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사고가 나도 돈을 하나도 안내도 되도록 보험이 잘되어있는 데다가, 보통 5만 킬로 이하의 차, 아무리 많아도 10만 킬로 이하의 차만 취급하는 데다가 차의 상태도 깔끔한 곳이다. 하지만 가성비는 그냥 그래서 평소라면 더 싼 곳을 골랐겠지만 후배의 직원 할인 덕분에 토요타 렌터카에서 빌릴 수 밖에는 없었다.
차종으로는 처음엔 프리우스나 마크엑스 등등을 고려하고 있었다. 겨울이라 눈이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겨울용 타이어 옵션과 4륜 구동, 마력수 등등을 고려해서 최종적으로는 마크 엑스를 빌리기로 했다. 최종 렌터카의 가격은 모든 보험을 포함하고도 하루당 1만 엔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4명이 여행을 떠났기에 하루 교통비는 2500엔 + 기름값 + 톨게이트 요금으로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다녀도 1인당 5000엔 이하로 잡게 되었다.
게다가 여기에 우리가 예약한 렌터카와 같은 조건으로 자동차를 원하는 고객님이 등장했는데,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차는 토요타 렌터카 요코하마에는 1대밖에 없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요코하마에는 거의 눈이 안 오니까. 덕분에 하루당 2만 엔 정도 하는 토요타 크라운이라는 자동차를 같은 가격에 빌릴 수 있게 되었다.
약간 현대차의 그렌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포지션에 있는 자동차라고 한다. 실제로도 내가 한국에서 타본 제네시스랑 비교가 되는 차였다. 다만 일본차라서 그런지 역시 내부 공간은 제네시스가 훨씬 더 넓어서 편했던 기억이 난다. 어쨋든 모 고객님 덕분에 대충 제네시스급의 자동차를 빌릴 수 있게 되었다. 만세!
크라운중에서도 2500cc, 315마력, 하이브리드, 4륜 구동의 모델을 타게 되었다. 4일간 타본 소감으로는, 내가 이때까지 일본에서 타본 렌터카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2021년 현재에는 슈퍼카를 타본 경험이 생겨서 많이 갱신되었지만.)
게다가 원래는 3일간 자동차를 빌릴 예정이었는데 그 전후로 예약이 없어서 시간이 비어있다는 이유로 전날 오후 2시부터 빌려서 마지막 날의 다.음.날!!!의 오전 중에 반납하는 조건으로 차를 빌려주었다. 사실상 2박 3일로 빌린 차가 4박 5일로 늘어나는 마법... 덕분에 여행은 시작부터 차 값 뽕을 뽑고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오후 2시 정도에 신요코하마역에 4명의 용사들이 집결하게 되었다.
1일차(야마나시 ~ 나가노)
야마나시현
신요코하마의 토요타 렌터카 지점에서 바로 차를 가지고 나와서는 신나게 고속도로를 타고 달려서 야마나시현으로 향했다. 운전은 나와 후배가 교대로 하게 되었다. 먼저 언젠가 방문한 적이 있는 것 같은, 허브정원의 일루미네이션을 보았다.
영업시간이 그리 긴편은 아니기에 긴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일루미네이션이 예쁘기도 했고, 입장료가 무료였기에 운전하다가 쉬기에 참 좋았던 것 같다. 겨울에는 허브를 밖에서 키울 수 없기 때문에, 대신 일루미네이션을 준비해둔 게 아닐까 싶었다.
저녁으로는 타베로그에서 발견한 중화풍 소바를 먹었다. 참고로 야마나시에서는 "ほうとう(호우토우)"라고 하는 칼국수와 수제비 사이의 무언가 같은 요리가 향토요리이다. 가게 된다면 중화풍 소바가 아닌 이걸 먹도록 하자.
저녁을 먹고는 배도 부르겠다, 유루캰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홋타라카시 온천에서 야마나시의 야경을 보면서 온천을 즐겼다. 온천의 야경이 정말 대단했지만, 불행히도 온천은 카메라 출입금지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순 없었다. 밤이었고 달이 크게 뜨지 않아서 그런지 후지산이 보이지 않은 게 조금 아쉬웠다. 낮에는 후지산이 보이기도 하며, 일출이 아주 아름답다는 평판이 있는 곳이었다.
홋타라카시의 온천 아래쪽에는
山梨県笛吹川フルーツ公園이라고 하는, "신이 된 날"이라는 작품의 성지인 곳에 방문했었다. 물론 당시에는 이 애니메이션이 방영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성지가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참고:https://kamisama-day.jp/yamanashishi/butaitanbou/
야마나시현에는 이 외에도 후지5호라는 호수가 볼 만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대로 지나쳤다.
나가노현
그대로 국도를 달려서 나가노현의 스와시로 향했다. 스와시에는 같은 이름을 하고 있는 스와호라는 호수가 있다. 스와호는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에 나오는 호수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팬들에게 성지로 유명하다. 우리도 바로 그 호수를 보기 위해 타테이시 공원이라는 스와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올라갔다.
원래는 그렇게 야경을 본 뒤에 그대로 타테이시공원에서 차 안에서 잘 생각이었는 데, 3일 내내 흐릴 거라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날씨가 너무 맑아서 그대로 별을 보기 위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타테노우미 공원을 향해서 올라가는데, 중간에 숫사슴이 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넘어 도망치는 모습을 목격했다. 역시 시골이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높은 산을 올라 얼음길을 지나 꽝꽝 얼어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난 뒤 아름다운 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잠을 청했다.
2일차 (나가노 ~ 니이가타)
자고 일어나 보니, 밤새 나의 카메라가 열심히 일을 해서 멋진 사진을 남겨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자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보였고, 옆에는 꽤 큰 연못이 있었다. 얼음이 두꺼워 보여서 바로 초등학생처럼 내려가서는 연못 가운데까지 걸어갔다 왔다. 아마 점프를 했다면 바로 냉수마찰이 가능했을 것 같다. 착한 어른이들은 따라 하지 말도록 하자.
참고로 어업금지 표지판은 있었지만 출입금지 표지판이 없었기 때문에 입장했다. 절대 금지되지는 않았다. 다만 얼음이 이따금 쩍쩍 갈라지기 때문에 조심하도록 하자.
아침겸 점심으로 다시 산을 내려가서 스와시에서 소바를 먹었다. 나가노현은 아무데서나 먹어도 역시 소바가 맛있는 것 같다.
그 뒤에는 여러 작은 얼어버린 연못들과 폭포를 둘러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히지리호가 제일 예뻤다. 이름부터 "히지리"인 점도 마음에 들고, 얼어붙은 얼음 근처의 나무들도 정말 아름다웠다.
얼어붙은 호수들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실은 그 호수가 그 호수같아서 구분이 좀 잘 안 갔다. 그래서 다음에 나가노에 또 온다면 꼭 여름에 와서 얼지 않은 호수들과 자연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아, 그리고 섬머워즈 등등의 애니메이션 성지도 순례해보고 싶고.
산에서 벗어나서는 유다나카쪽에서 저녁을 먹는데 주방 쪽에서 실수를 해서 음식이 나오는 데에만 1시간이 걸렸다. 별다른 사과도 없어서 좀 많이 기분이 나빴다. 지금이라면 바로 사과를 요구할 텐데, 당시에는 너무 순둥이였던 것 같다.
밥을 먹고 나서는 시부온천 근처의 진짜 오래된, 전통이 가득한 온천들 사이를 걸어 다녔다. 그러고 난 다음, 인근의 사람들이 가장 애용할 것 같은 역 근처의 제일 최신식의 300엔짜리 온천에 들어가서 온천을 즐겼다.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퀄리티로 온천을 즐겼다고는 생각하지만, 연인과 왔다면 전통과 함께하는 온천에서 낭만을 골랐을 것이다.
니이가타현
온천을 하고 나서는 니이가타까지 그대로 국도를 타고 올라갔다. 군마의 쿠사츠에 들를까도 조금 고민했지만, 겨울이라서 그런지 도로가 대부분 통행 금지 상태였기 때문에 그대로 니이가타의 호시토우게의 계단식 논을 향해 달렸다.
니이가타에서 어떤 터널을 하나 통과하자마자 갑자기 눈이 울타리 수준으로 높게 쌓여있었다. 터널을 지나자마자 눈이 내 키보다 높게 쌓여있을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찍지 못했던 게 참 아쉽다.
도로 근처는 아마 제설작업의 영향 때문인지, 2층에 출입문을 달아야할 정도로 높게 눈이 쌓여있었다.
주변에 눈이 이렇게 많이 와서 그런지, 내가 보고 싶었던, 계단식 논이 새하얗게 물든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찾아본 결과, 처음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날에 딱 맞춰서 와야만 볼 수 있는 레어 풍경이었다. 대신 우리는 하얀 눈이 몇 미터씩 쌓여있어서 밑에 뭐가 있는지 알기 어려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와야지 ㅠ
호시토우게 자체에 도착했을 땐 밤이기도 하고 도로도 꽝꽝 얼어있어서, 우리의 315마력 4륜 구동 2500cc의 자동차로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는 언덕도 있었다. 생각보다 무시무시했다.
그렇게 열심히 차로 호시토우게로 향했으나, 200미터 앞 정도에서 길이 갑자기 눈으로 막혀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바로 앞에서 차를 세우고 눈 벽을 맨몸으로 올랐다. 대략 2~3미터 정도 되는 눈벽 위에서 초등학생처럼 재밌게 놀았다. 신기하게도 눈이 생각보단 단단해서 힘을 억지로 주지 않는 이상은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바로 호기심이 발동했다. 눈에서 점프하면 얼마나 깊숙히 박힐까 궁금해서 바로 점프를 해보자 가슴팍까지 푹 하고 빠졌다. 좀 더 힘을 주어서 점프를 하면 만화에서 보던 것처럼 머리끝까지 충분히 박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도착은 했지만 밤도 늦었기도 해서 제대로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침에 다시 오기로 하고 언덕 아래의 큰 길가 주변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을 청했다.
3일차 (니이가타 ~ 후쿠시마(통과) ~ 도치기)
아침에 일어나서 살펴보자 진짜 눈벽이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덕분에 잘 때에 이런 눈벽들이 바람을 막아줘서 온도 자체는 야마나시보다 추웠지만, 체감온도는 조금 더 높았던 것 같았다. 이러한 눈벽들 덕분에 운전은 많이 무서웠지만, 정말 겨울 속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올라간 호시토우게는 눈에 뒤덮여있었기 때문에 계단식 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마음속의 눈을 최대한 발휘해주고 양보를 좀 하면 계단식으로 눈이 쌓여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여우인지 무슨 동물인지는 모르지만 발자국이 이것저것 남아있었다. 역시 일본.
산에서 내려와서는 동해쪽으로 향했다. 근처에 코이비토미사키라는 연인들이 찾는 "곶"이 있었기에 한번 들려보았다.
남자 넷이서 연인들이 방문하는 곳을 방문한 건 좀 그랬지만 연인들을 위한 종 같은 소소한 콘텐츠와 근처의 아름다운 빨간 다리 등등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 뒤에는 식사를 하기 위해서 니이가타현의 수산시장이 모여있는 곳인 山六水産(야마로쿠 수산)에 방문했다. 뭔가 한국의 시골에 있는, 도로 한쪽에 쭉 모여있는 아웃렛이 도로를 따라서 펼쳐져 있는 느낌이었다. 덤으로 옷 대신 식당과 해산물 판매소, 가공하는 공장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서해안의 굴을 쭉 팔기 위해 모여있는 어딘가와 같은 분위기 같았다. 약간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공간이었다.
시장에서 물건 구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신선식품이기 때문에 제대로 구매해서 처리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직접 구매할 수는 없었던 점이 좀 아쉬웠다.
홍게가 작은 건 마리당 500엔(~ 3000엔 정도)부터 시작하기도 하는 곳이었다. 아마도 러시아에서 수입해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뭐 일단은 홍게가 특산품이었기 때일지도 모르지만. 그 외에도 파는 걸 보기 어려운 상어고기, 고래고기, 진짜 만화에 나오는 통째로 얼어있는 생선 등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내가 자주 방문하는 미우라나 츠키지의 가격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그리고 축제 때 먹는 오징어 통구이는 크기도 작고 600엔 정도인 데에 비해, 여기서는 400엔에 더 크고 싱싱한 녀석들을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홍게 식당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 2바퀴 정도 시장을 돌았다. 아쉽게도 구매한 게나 해산물을 바로 조리해주는 가게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수산시장 2층에서 바로 회를 친 다음에 남은 건 매운탕으로 끓여줄 텐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홍게 정식에는 회, 게 된장국, 기타 반찬, 홍게 한 마리가 통째로 나왔다. 나머지는 다 괜찮았는데 정작 메인인 홍게가 삶은 지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좀 식어있어서 아쉬웠다. 진짜 잠깐만 덥혀서 줬어도 만족도가 팍 올라갔을 텐데...
나오면서 나는 결국 눈여겨보던 고래고기를 사고는 이번엔 백조도래지로 향했다.
백조 도래지는 바로 효호수라는 곳으로 니이가타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호수였다. 매일 철새와 백조의 숫자를 집계하고 있었으며, 우리가 간 날의 백조 도래수는 1100마리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호수는 자체는 생각보다 작음에도 불구하고, 철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라도 탔는지, 물 반 고기반 느낌으로 철새들이 가득했다. 대체 호수에 마약이라도 탄 건가?
왠지 모르겠지만, 북미에 서식하고 미대륙만 왔다 갔다 한다고 알려져 있는 조류가 일본에, 그것도 때마침 내가 가는 곳에 와있었고, 그 녀석은 각종 뉴스, 신문, 방송을 타고 있었다. 어그로를 좋아하는 친구인지, 띨빡해서 잘못 날아온 것인지는 좀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나도 일단 미국에서 온 철새를 찍어보았다.
덤으로 나는 여기에 와서 백조가 철새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때까지는 백조를 야생에서 본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내 멋대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참고로 아침에 오면 백조의 개체수도 훨씬 더 많고, 아침에만 얼굴을 내미는 철새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백조는 이곳 말고 다른 호수들에도 겨울에 날아들며, 특히 홋카이도에 더더욱 많이 날아드므로 꼭 참고하도록 하자.
후쿠시마현
니이가타에서의 최종 목적을 달성하였기에, 그대로 후쿠시마를 통과해서 도치기현의 닛코로 향해서 운전했다. 후쿠시마를 통과하는 데, 중간에 갑작스럽게 도로의 제한 속도에 딱 맞추거나 그 이하의 속력을 유지하면서 달리는 모범 자동차들이 나타나서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처음에는 난폭운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차가 나타나서 또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후쿠시마의 시민들은 느긋하거나 안전운전에 미쳐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왠지 방사능이 걱정돼서 차를 내기 순환으로 하고 달리기도 했다. 내기순환 버튼을 누르고 얼마 안돼서 모두가 잠에 빠져들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올라가는 그 느낌. 그러다가 후쿠시마에서는 중간에 편의점에 한번 들렸는데 원산지를 전부 일일이 확인해가면서 구매를 했다.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편의점이라서 그런지 신선식품들은 대부분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사용하였다. 대표적으로 삼각김밥, 샐러드, 도시락이 그러했다. 무서워라. 이것저것 원산지를 비교하다가 나고야 산 빵을 발견해서 사 먹고는 도치기현에 들어갔다.
도치기현
나는 비싼 차를 빌린 만큼 모든 숙박을 차 안에서 끝내고 싶었지만, 나머지 3명이 너무 피폐해져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여관을 잡았다. 한 사람당 2832엔에 키누가와 근처의 료칸이었고 시설이나 방의 넓이는 매우 넓었다. 다만, 여관은 이름부터 "부흥"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후쿠시마현의 부흥을 위한 여관이라서 식자재를 일부러 그쪽에서 공수해오고는 하는 여관이었다. 다행히도 우리는 식사가 없는 숙박만 있는 플랜으로 예약을 했다.
도착하고 나서는 온천이 마감하기 전에 온천을 하러 들어갔다. 일본의 삼연 휴인 토일월이 지난 다음이라서 그런지 정말 손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온천은 완전 전세였다. 덕분에 이런 좋은 여관을 이 가격에 묵은 거기도 하고. 하지만 사람이 하도 없어서 그런지 노천탕의 물이 일정한 온도가 아닌, 따듯한 물과 차가운 물로 두 층으로 나누어져있기도 했다. 물관리 똑바로 안 하네. 그렇게 온천을 개운하게 한 뒤에 근처로 차를 몰아 야식을 먹으러 가서 나 혼자만 미친 듯이 먹었다. 운전을 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2명인데 어째서인지 나만 배가 고픈듯했다. 다들 대체 평소에 얼마나 안 먹는 거야.
사진은 없지만, 일단 주소를 남겨두도록 한다.
어쨌든 그렇게 먹고 나서 패밀리마트에서 굉장히 운이 좋게도 도치기현 한정에 기간도 한정인 딸기맛 츄하이를 구매할 수 있었다. 달콤한 게 아주아주 맛있었기에 최대한 많이 구매해서 챙겨갔다. 12시 땡 하고 진열한 것 같았는데 우리가 12시 10분 정도에 가자마자 눈앞에 보여서 다 같이 싹 다 사버린 것이었다. 나중에 낮에 아무리 돌아다녀도 같은 술을 찾아볼 수 없었기에 나중에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 술은 나중에 전여친에게 줬는데 아주 좋아했고, 전여친 아빠가 냉장고에 있는 술을 "술이 이게 뭐고?" 하는 느낌으로 말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다 마셔버렸다고 한다...
어쨌든 간단하게 술을 마신 우리는 오래간만에 침대 위에서 잠을 청했다.
4일차 (도치기 ~ 사이타마(통과) ~ 이바라키(통과) ~ 도쿄(통과))
아침에 일어난 우리는 온천을 한번 더 즐겨준 다음 느긋하게 체크아웃을 했다. 일단 나와서는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근데 식당이 조금 한국스러웠다. 보통 일본은 소비세를 빼주거나 지정된 시간외에 런치메뉴를 제공하는 일이 드문데 관광지라서 그런지 소비세를 빼주기도 하고, 런치메뉴를 그냥 주기도 하는 가게였다. 게다가 카드로는 할인이 안된다고 하는 것이 탈세까지 완벽한 게 정말 한국 가게 같은 느낌이었다.
밥을 먹고 가볍게 하이킹 코스의 폭포나 다리를 감탄과 함께 감상하면서 닛코의 자연환경을 만끽했다. 역시 닛코도 시골이라서 그런지, 자연이 참 아름다웠다. 눈이 왔을 때나 단풍이 들 때나 초목이 우거질 때가 예쁠 것 같았다. 그렇다, 사실 사시사철 예쁠 것 같다. 애매한 계절일 때에는 제외하고 말이다. 다음에는 여름에 푸른 우거짐이나 단풍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방문한 곳의 이름은 龍王峡, 鬼怒楯岩大吊橋이라는 이름의 곳들이었다.
이번에도 산으로 향했다. 해발고도가 1000미터보다 높은 관광지를 찾아가자 다시 눈이 팍팍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히 니이가타 급으로 쌓이지는 않아서 운전이 어렵지는 않았다.
눈이 50센티미터 정도 쌓였을까. 목적지인 光徳牧場(광덕 목장 ㅋㅋㅋ)에 가까워졌다. 인터넷 연결이 조금 상태가 안 좋아져서 내비게이션이 오락가락해서 좀 걱정스러웠지만 잘 도착했다.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 체감온도가 확 떨어졌던 것 같다. 이런 추운 날씨에도 젖소들은 유유자적하게 목장 안의 눈 사이에서 무언가를 냠냠 쩝쩝 먹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서 아이스크림과 우유를 맛봤는데, 내가 먹어본 아이스크림 중에서 가장 쫄깃하고 맛있었다.(물론 2021년인 지금은 또 갱신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보다 온 소의 젖에서 나온 우유라는 점이 조금 인상 깊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친구들이 홋카이도산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더욱더 맛있다고 추천을 해주었다.
목장을 뒤로하고는, 일단 경로산 가까운 湯滝라는 폭포에 먼저 방문했다. 주변에 제대로 된 주차장이 없고, 매표소도 추워서 그런지 문을 닫고 있어서 방문하기 좀 불편했다. 게다가 오르락내리락 조금 길을 걸어야 나오는 폭포였다. 평소에는 매표소도 열고(아마 주차요금을 받는 듯하다) 차로 좀 더 폭포 앞까지 갈 수 있는 듯했다. 당연하지만 폭포 앞의 매점도 모두 문을 닫고 있었고 아마 화장실도 문이 잠겨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이런 추운 날씨에도 얼지 않고 제대로 흐르고 있는 폭포를 보면서, 역시 자연이 위대하다는 생각을 뒤로하고 얼른 빠져나왔다. 솔직히 별로 볼 건 없었거든.
다음으로는 약간 기대하고 있던 전장의 초원이라는 뜻의 센죠가하라로 향했다. 아마도 모노가타리 시리즈와는 관계가 없다. 아마도. 일본의 신화 속에서나 듣던 장소에 방문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상쾌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의 수업 시간에 들었던 람사협약에 의해서 보호받고 있는 습지라는 점도 신선했다. 진짜 있는 협약이었구나 하는 느낌?
마지막으로 비싼 입장료 때문에 생략하려고 했었던 케곤 폭포를 들어가 보게 되었다. 中禅寺湖라는 호수의 물이 떨어지는 폭포로, 생각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폭포였다. 내가 방문했던 폭포들은 보통 전부 무료였는데, 돈을 받는 이유가 있다고 느끼면서 관람했다. 다만 시간이 좀 늦어서 각도상 조금 그늘이 진 것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본 단일 자연경관 중에서는 제일 예뻤고, 제일 사진에 제대로 담기 어려운 곳이었다.
이후에는 간단간단히 이곳저곳을 가볍게 살피면서 우츠노미야로 향했다. 항상 요코하마나 도쿄에서 전철을 탈 때 종착역으로 종종 등장해서 도쿄처럼 느껴지던 우츠노미야라는 곳을 직접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막상 도착해보니 실제로는 도쿄로부터 2현이나 떨어진, 아주 머나먼 곳이었다.
우츠노미야라고 하면 역시 교자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타베로그 평점이 제일 높은(지금은 순위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만두집을 찾아보고 들려보았다. 餃天堂라고 하는 교자 집이었다. 물 교자와 야키 교자의 두가지 종류의 교자가 있었다. 당연히 배가 고픈 나는 둘 다 시킨 다음 밥도 추가해서 1000엔 정도에 교자를 만끽했다.
물 교자는 처음 먹어보는 독특한 맛이었고, 야키교자는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약간 신기할 정도로 맛있었다. 또, 보통은 간장을 찍어먹는 교자를 마요네즈와 고춧가루를 섞어서 찍어먹었다. 의외로 아주 잘 어울리고 맛이 있었다. 바삭바삭한 야키교자에 마요네즈가 붙으면 약간 느끼할지도 모르겟는데 거기서 고춧가루가 출동해서 적당히 중화해준 것 같다. 물교자는 물론 그냥 간장이랑 먹었던 것 같은데 국물도 잘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으로 일반도를 타고는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어제 먹었던 맛있는 딸기맛 츄하이를 사기 위해서 메가 돈키호테, 로손 등에 방문했지만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원래 샀던 패밀리마트에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내려가면서 패밀리마트가 보이는 데로 멈추어서 딸기 츄하이를 찾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매장이 품절이거나 물건이 없어서 이 술이 정말 발매한 지 24시간이 채 안된 술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결국 원하는 수량만큼은 구매하지 못하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했다. 다들 심각하게 지쳤기에 그대로 고속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사이타마현-이바라키현(5분 정도 잠깐 들어갔다)-도쿄의 수도고속도로를 지나 집에 도착했고 애들은 일단 집에 돌려보내고 나는 후배의 집에 놀러 가서 그대로 잠을 자면서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여행 돌아보기
- 총 쓴 여행경비는 1인당 2.2~2.5만 엔 정도였다. 4박 자동차에 예산의 60%를, 그 외에는 식비에 예산을 20% 정도 투자한 것 같다.
- 5인승의 자동차에 4명이서 탑승한 뒤 차박을 하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 돈과 시간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하나하나의 지역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처음에 일기예보가 여행지를 따라서 3일 내내 흐림이었는데, 3일내내 거의 맑거나 눈이 내려서 정말 좋은 여행이었다. 일기예보가 틀려서 기분이 참 좋았다.
- 고속도로만 타고 다니면 아마 고속도로 비로만 2만 엔이 넘게 나왔을 텐데 일반도로를 잘 찾아서 타고 다니고, 폐쇄 정보도 찾으면서 다닌덕분에 구석구석까지 잘 다녔던 것 같다. 겨울에는 눈으로, 여름에는 태풍으로 도로가 자주 폐쇄되니, 자동차로 일본을 여행할 생각인 사람은 수시로 인터넷의 정보를 체크하도록 하자.
- 실제 내가 집에서 나와서 다시 집에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은 4박 5일, 실질적인 여행의 여정은 3박 4일이 되었다.
맺음말
이번 게시글에서는 렌터카로 떠났던 4박 5일의 여행을 총 정리해보았다. 글을 쓰다 보니까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는데, 다음에는 여러 개로 분리를 하거나 내용을 좀 더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노력해보도록 하겠다. 혹시 가성비를 챙기면서 최대한 일본의 많은 곳들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나, 일본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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