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게시글은 내가 작년에 다녀온 오가사와라 여행기의 마지막 게시글로, 간단하게 시간 순으로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에피소드를 몇가지 소개해보려고 한다. 평소에도 자주 일본 여행을 다니면서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기는 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좀처럼 겪어보기 힘든 경험들을 여러가지 해보기도 했고, 신기한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몇 가지 있었기에 글을 작성해보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여행 계획
오가사와라라는 일본의 최남단의 여행지가 있다는 것,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대학원 입시도 끝나면서 시간이 생기기 시작했고, 마침 친한 후배가 같이 놀러가보자는 제안을 했고, 별 다른 생각없이 한달 전쯤에 배를 예매했다. 차근차근 조사해보는데, 숙소가 필수라던가, 노숙이 금지라던가, 투어/액티비티의 예약이 필요하다던가, 생각보다 가서 할 일이나 컨텐츠가 없다는 것 등등을 알게되어 나갔다. 약간씩 실망하기도 하고, 예상보다 많은 지출에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가기 힘든 여행지였기에, 강행하게 되었다.
즐겁게 여행 시작
배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일찍일찍 나가서 줄을 서야하지만, 어짜피 비수기이기도 하고, 어짜피 24시간 배를 탈 텐데 배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4시간씩 늘어나는 게 싫었기에, 일부러 출항 30~1시간 전 정도에 도착하도록 출발했다. 중간
에 메가돈키호테에 들려서 배에서 먹을 컵라면과 술, 음료수 등등을 구입했다. 일주일 동안 갈아입을 옷, 스노클링 장비, 수중 촬영 장비 등등을 챙겨서 그런지 짐이 진짜 한참이었다.
예약 확인표를 표로 바꾸는데, 인쇄를 해 오지 않아서 뭐라고 한마디 들었지만, 친절하게 그 자리에서 나 대신 인쇄를 한 뒤, 표로 교환해 주었다. 그래도 가급적 인쇄를 해 가도록 하자. 배를 타러 가는 동안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약간 엄격한 분위기였다. 바로 배에 타도록 옆길로 못새게 막아두고, 표를 맨 앞에서 한번 더 검사하고는 탑승하는 느낌. QR코드를 찍어야하니 구기진 말도록 하자. 적당히 줄서서 가다보면 도쿄 스카이트리도 보이고 암튼 그럭저럭 좋은 경험이었다.
이때까지 내가 타본 배중에 거의 제일 큰 것 같은 배에 올랐다. 배위에 올라서는 자리를 잡고, 짐을 한번 풀었다가 카메라를 손에 쥐고는 갑판위로 올라갔다. 멀리서 도쿄 타워와 스카이트리가 보이기도 하고, 레인보우 브릿지 아래를 지나가기도 하고, 도쿄만을 제대로 관광하는 기분이었다. 하네다 공항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이따금 비행기의 바로 밑을 지나기도 하였다. 적당히 맥주를 들이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바람을 쐬다가 안에 들어갔다. 짐을 정리하다가, 갑판의 바로 밑의 식당겸 휴게실 같은 곳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며 먹거리를 먹었다.
그렇게 몇시간이고 배를 타면서 책도 읽고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고, 짐도 다시 깔끔하게 싸고, 일몰도 보고, 일출도 보고 하다보니 어느새 하루가 지나갔다. GPS로 속도를 재보니, 처음엔 4,50키로나 더 높은 속도로 항해하다가, 오가사와라 군도에 가까워지니 천천히 항해하기 시작했다. 배를 따라서 처음보는 새가 계속해서 날아왔다. 왜 굳이 배를 따라 날아다니는 지 이해는 안갔지만, 귀여웠다.
드디어 오가사와라(치치시마) 입장- 1일차
배에서 내리면서 탑승권을 한 번 더 확인 받았다. 날씨가 약간 흐렸다. 내리고나서는 조금 두리번 거리자, 숙소에서 나온 사람들과 만나서 픽업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 같은 숙소에 머무르는 사람은 우리를 제외하고 2명이 더 있었는데, 한명은 여대생, 한명은 중년의 직장인이었다. 우리는 먼저 간단하게 식사를 하기 위해서 짐을 맡기고는 추천받은 도시락집으로 향했다. 뭔가 정말 현지인이 먹을 것 같은 평범한 도시락집(アイスランド・デリー)이었다. 도시락을 먹고는 적당히 약간 가게들을 둘러본 뒤, 버스로 숙소를 방문 한 뒤, 짐을 풀고는 바로 바닷가로 갔다. 처음에 약간 스노클링을 겸해서 수영을 하다가 땅파기를 좋아하는 나는 맨손으로 백사장을 파해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머리만 남기고 전신을 묻고는 모래찜질을 했다. 왜 생매장 당한 사람이 혼자서 탈출하기 힘든지를 체험하면서 재밌게 놀았다. 그리고 옆 해변가까지 헤엄쳐서 다녀오면서 산호도 보고, 깊은 물속에 잠수해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적당히 놀다가 비가 오기에 숙소로 돌아왔다. 가볍게 숙소의 시설에서 미지근한 물로 모래를 씻고 샤워를 한 뒤에, 픽업 서비스를 이용해서 다시 식당이 있는 곳으로 갔다. 픽업 서비스로 시내로 향하면서 가이드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는데, 가이드도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관광 관련 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전국에서 가이드로서 일을 해보기 위해서, 제일 남쪽 관광지인 오가사와라의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에서 일한 뒤 차근차근 북쪽으로 올라가서 홋카이도에서 가이드로 일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적당히 내리면서 숙소에서 추천받은 이자카야(洋風居酒屋CHARA)에서 재밌는 메뉴들을 시켜보았다. 라임을 어슷썰기로 썬 뒤에, 높게 쌓아서 주는 술과 이 지방의 물고기 요리와 오징어 튀김 완전 통짜인 것을 하나씩 시켰다. 먹다가 정말 이 지방 특산품인거 같은 거북이 고기 요리가 있어서 먹어보았다. 비쥬얼은 거북이 다리가 잘게 썰려있었기에 별로 끔찍하지는 않았고, 굳이 따지면 메밀묵 같은 색의 오징어젓 같은 느낌?이었다. 식감은 약간 딱딱하면서도 조금 알기 어려운 맛이었다. 맛이 없지는 않았지만 약간 비싸서 적당히 맛만 봤다. 그리고 나서는 배가 아직도 고파서 간단하게 이 지방의 물고기로 만든 초밥을 먹었다. 보통 초밥은 찍먹인데, 여기서는 어째서인지 부먹에다가, 와사비가 아닌 겨자를 곁들여서 내놓았었다. 개인적으로 맛있었다.
밥을 먹고 픽업 시간이 올 때까지 이 섬의 축제 행사중 하나인 스모를 보러갔다. 뭔가 큰 체형의 아저씨들을 기대했지만, 오늘은 첫날이기도 해서 애들이 스모를 하고 있었으며, 다른 날이라도 진짜 본격적인 스모는 보기 어려울 듯 했다. 하지만, 1년중 유일한 축제기간이라서 그런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서 축제를 구경하고 있었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즐거운 축제인듯 했다. 그리고 일본의 명물인 맥주자판기에서 맥주를 뽑아들고는 픽업서비스로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하자, 아까 보았던 여자애와 아저씨가 숙소의 주방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적당히 우리도 거기에 끼어들어서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여자애의 경우, 대학교 4학년으로 이제막 취업활동을 마쳐서 화장품 관련 회사에 내정을 받았는데, 장기간의 시간을 앞으로는 내기 힘들까 싶어서 큰맘먹고 2주간 여행을 왔다고 했다. 굉장히 친절한 성격에 튼튼해보이는 심신을 갖추고 있는 씩씩한 사람이었다. 아저씨의 경우에는 니이가타의 사도라고 하는 섬에서 오랜만에 휴가를 내서 일주일간 오가사와라에 도전해보았다고 했다. 지금은 매우 화이트 기업에 준 공기업인 도코모와 관련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블랙 기업, 파견에서 매우 굴려져서 심신이 굉장히 지쳐보이는, 어딘가 불쌍해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약간 동네 형이 아빠 나이로 늙은 느낌의 사람이었다. 다만, 술을 마시면 같은 이야기를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이야기해서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나중에는 조금 짜증이 났다. 첫날 밤은 그렇게 넘어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일차
적당히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서는 육지 관광 위주로 돌았다. 나는 바다를 아주 좋아해서 바다(속) 관광 위주로 돌고 싶긴 했지만, 후배는 아직 바다의 맛을 잘 몰랐기에 약간 타협을 했다. 낮에는 일단 전동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는데, 차안에서 가이드가 오토바이(스쿠터)를 빌리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적당히 오토바이를 빌리러 가는데,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던 나는 매우매우 긴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토바이를 타고 처음으로 액셀을 돌려보는 순간 생각보다 파워풀 해서 당황하고 바로 넘어져서 사고가 나고 말았다. 다행히도 헬멧을 최대한 적절한 것으로 쓰고 있었기에 자주 가출하는 내 오른쪽 어께가 빠지는 정도로 끝났다. 적당히 일어나서 오른쪽 어께를 끼워넣고는 가게 바로 앞에서 사고가 났기에 오토바이를 바로 반납하게 되었고 환불해줬지만, 긁힌 가격으로 2만엔 가량을 청구 받았다. 아까 오토바이를 빌려준 아저씨가 여자중에 똑같이 오토바이에 도전하다가 바로 트럭이랑 사고가 나서 응급환자가 됬던 사람도 있었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잔소리를 했다. 언젠가 다른 곳에서 오토바이 안전 운전을 연습해둬야겠다. 결국 고민하다가 후배와 나는 자전거를 빌리고 근처 식당들을 돌면서 식사를 하고는 마에하마와 미야노하마라는 바다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그러다가 일몰로 유명한 스팟이 있어서 함께 찾아가 보았다. 일몰을 보는데, 섬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아주 아름다워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불만이 많은 하루였다. 점심은 시마즈시(郷土料理の店 島寿司)를 저녁은 라멘(かがや亭)을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에 가이드와 이야기한 섬의 야간 투어에 참가했다. 같은 숙소의 가이드와 함께 섬의 곳곳을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물고기들이 밤에 모여드는 곳에 갔다. 불빛을 보고 플랑크톤이 모여들고, 그 플랑크톤을 먹으러 모여든 물고기와 해파리들이 가득했다. 또한, 사람들이 가끔씩 먹이를 줘서 물고기들이 빛을 비추거나 사람들이 모여도 도망치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근데 가이드가 신기한 사실을 알려줬다. 해파리를 만져도 아무런 해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릴적부터 해파리는 위험하다고 상식으로 박혀있었는데(그래서 급식의 해파리냉채가 먹기 싫었다.),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어서 바로 만져보기로 했다. 손을 국자 대신 써서 바로 해파리를 건져보았다. 약간 촉감이 이상하며, 슬라임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하면서 만지다가 풀어주었다. 옆에 있는 가오리도 만져도 되냐고 물어서 얘는 만져도 되는데, 보통의 가오리는 만지면 죽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그래서 가오리가 물위에 가까이 왔을 때 잽싸게 손을 넣어서 등을 쓰다듬어봤다. 차갑고 미끈미끈한 느낌이었다. 옆에 있는 복어도 만지고 싶었지만, 물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무리였기에 포기했다.
다음으로는 눈이 커다란 박쥐를 보러 갔다. 다른 박쥐들과는 다르게, 귀가 발달하지 않았으며, 밤에도 조금이라도 더 잘보기 위해서 눈이 커다랗고 고성능으로 진화했다고 한다. 또한, 빛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빨간색 라이트 이외에는 사용하면 안된다고 했고, 덕분에 사진을 찍기가 매우 어려웠다. 사실 박쥐는 이상한 과일을 먹고 있었고, 똥을 싸거나 짝짓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멸종위기 정도는 아닌데, 애초에 이 섬지방에밖에 없기에 사냥은 금지되어 있는 듯 했으며, 이상한 울음소리로 우는 듯 했다. 숙소에도 가끔씩 날아와서는 소리를 지른다고... 암튼 적당히 즐겁게 관찰했다.
다음으로는 가볍게 일출 스팟으로 유명한 전망대에서 별과 밤바다를 살펴본 뒤에 일본 최대급의 천체망원경 Vera를 보러 갔다. 어떤 용도인지, 어떤 활용을 하는 지 등등을 들으며 관찰했다. 별로 특이한 건 없었따. 작동을 할 때에는 움직이기도 한다는 듯했지만, 내가 있을 때에는 작동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빛나는 버섯을 보러갔다. 어제 약간 비가 왔기에 약간은 빛이 날거라고 기대하고는 갔는데, 정말 약간 밖에 없어서 보기 힘들었다. 보통 반나절~1일, 길어도 2일이상 발광을 하지 않기에, 바로 꺼져서 보기 힘들다는 듯 했다. 그냥 곰팡이 같은게 빛나는 느낌이었다. 인터넷에 있는 진짜 빛나는 큰 버섯은 매우 드물다고...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기에 적당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숙소에 돌아와서 정리한 다음, 첫날 들어갔던 바닷가로 다시 걸어갔다. 은하수를 관찰하는 데 맨눈으로도 은하수가 보일 정도였다. 적당히 구름이 낄때까지 일주사진을 찍으면서, 왠 캐논에 취직하는 아저씨가 캐논의 미러리스를 사와서는 은하수 찍기에 도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진찍는 법을 같이 알려주었다. 중간에 후배와 다른 일본인 무리가 살짝 싸움이 붙을 번하기도 했지만 적당히 즐거운 밤이었다. 후배는 그러다가 먼저 숙소에 자러갔고, 나는 별을 조금 더 찍다가 늦게 들어갔다.
숙소에 들어갔더니 후배와 아저씨는 이미 주무시고 계셨고, 여자애가 깨어있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았다. 낮에 자기도 오토바이를 빌리러 갔는데, 어떤 남자애가 빌리고 바로 사고 나서 2만엔을 뜯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불행히도 완전히 내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래서 자기는 그냥 전동 자전거를 빌려서 쓱 둘러보았다고 했다. 나도 그럴걸... 그리고 또, 자기 아는 사람이 근처 바닷가에 갔는데 한국인 남자 2명한테 은하수 찍는 법을 배워서 예쁜 사진을 찍었다고 자기에게 보내주었다고 했다. 또 우리 이야기였다. 섬이 얼마나 좁은지, 이 여자애가 인맥이 얼마나 오지는 사회생활 마스터인지 감탄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다가 적당히 들어가서 잤다.
스노클링 삼매경 -3일차
전날 낮의 실패를 바탕으로, 오늘은 역시 메인인 바다를 들어가봐야겠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되서 바다를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되었다. 쭉 시내를 향해 올라가면서 바다속에 들어가서 스노클링을 즐겼다. 사카이우라라는 전함이 침몰한 바다에서 매우 즐겁게 수영을 하고 나왔더니, 후배가 가능성을 보았다며 이후에도 나와 즐겁게 스노클링을 즐겼다. 사카이 우라에서 나왔더니 위에 왠 계곡처럼 물이 떨어지는 곳이 있어서 샤워를 겸해서 물을 끼얹었다. 아주 재밌었고, 샤워도 되서 좋았다.
나와서는 점심을 먹으러 시내로 향했다. 하지만 도시락집(五六助 弁当)에 밥이 떨어지고 반찬밖에 없어서 반찬만 사서 나와서는 마트에 가서 햇반을 사서 그냥 얹어서 먹었다. 반찬이 매우 뜨거우니 어떻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어떻게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는 마을사람들의 오미코시를 보면서 그대로 지나쳐서는 미야노하마와 츠리하마에 방문했다. 미야노하마는 여러모로 밸런스가 좋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포스팅을 참고하도록 하자.
물놀이를 마치고는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기러 갔다. 축제에서 맥주도 사먹고, 우동도 사먹고, 이것저것 사먹으면서 쉬엄쉬엄 돌아다녔다. 사실 볼거리 자체는 얼마 없었지만, 물가가 섬내에서 가장 저렴했기에 즐겁게 먹고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는 집에 가는데, 도로 위에 왠 개구리가 앉아있었다. 첫날부터 계속 도로에 개구리 터진 시체가 가득해서 개구리가 태풍때 날아갔다가 떨어져서 죽었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지가 도로위에 나와서 차에 치일때까지 서있다가 죽은 것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자살 개구리라고 할 수 있겠다.
섬과의 이별... 4일차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짐을 싸는데, 아저씨가 이전에 간 액티비티에서 사진을 못 찍었다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보통 요즘 카메라들은 다들 핸드폰 충전기로도 충전되지 않냐고, 당연히 될줄 알고 충전기를 안 챙겨왔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카메라 갑작스럽게 구매해서 메뉴얼도 안읽어봤고, 카메라도 잘 안써봤구나 싶었다. 자기 카메라는 좀 드문 모델이어서 배터리 충전기를 살수도 없고, 빌릴 수도 없다고 하기에 무슨 카메라냐고 물어보았다. 파나소닉의 카메라였다. 그리고 마침 내가 들고다니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같은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당연히 충전이 가능했고 일단 배터리 충전기를 빌려줘서 충전하게 해주었다. 아저씨는 항상 자기는 이 모양이라고, 나중에 정신 차려보면 자기 바로 옆에 기회가 있었는 데 자기가 말을 안해서 놓쳤다고,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마 마지막날에 돌고래를 보러갈 예정이어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그대로 트래킹을 하러 나갔다. 맨날 가던 바다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올라가서 전망대에 간 뒤, 사진을 찍었다. 가는 길에 있는 강 하류의 물이 정말 역대급으로 맑아서, 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투명한 거울처럼 풍경이 비치고 있었다. 풍경이 조금 아름답지 않은게 유일한 단점이었다.
트래킹을 즐기고 일단 숙소로 돌아가다가 닭(?)을 잡았다. 아무래도 주변 농장에서 도망쳐 나온 것 같았는데 가까이 가도 가만히 있기에 그대로 닭을 잡았다. 들고가서 잡아 먹고 싶었지만, 점유물이탈횡령죄에 해당하기에 풀어주었다. 약간 꼭꼭거리던게 아주 귀여웠다. 중간에 같은 숙소에 머무르던 여자애는 오늘 배를 타고 하하지마에 들어간다고 했다. 근데 엄청 놀랐던게 어제 저녁에 새벽에 섬에서 만난 다른 친구들을 만나겠다고, 밤에 걸어서 3시간 거리를 지나갔다는 점이었다. 버스비가 200엔인데, 첫차까지 기다려도 될텐데, 그리고 여자혼자 그 무서운 밤길을 돌아다니다니 하고 놀랐다. 그리고 알고보니 우리보다 더 가성비를 따져서 숙소에서 밥을 엥간하면 해먹고, 여행 가이드도 안끼고 열심히 여행하고 있었다. 나보다 가성비충인데에도 불구하고 더 씩씩하고 튼튼하게 다니는 데다가, 인간관계나 사회생활까지 잘해서 존경스러웠다.
아무튼 짐을 숙소에 맡기고, 결제를 마친뒤, 마지막으로 스노클링을 하러 츠리하마로 향했다. 사실 중간에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어쩌구 써있었는데, 일본어 모른다는 핑계로 그대로 방문했다. 따라하지 말도록하자. 츠리하마에서 상어를 보고 상어 잡아서 물 밖에 나가면 레전드가 아닐까 싶어서 잠수를 하고 상어를 따라갔더니 상어가 도망쳤다. 상어면 상어답게 인간한테 도전해야 되는 게 아닌 가 싶어서 아쉬웠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포스팅을 참고하도록 하자.
물에서 나온 뒤에는 마지막으로 먹을 밥으로, 그간 먹었던 음식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라멘집(かがや亭)에 방문했다. 저번에 완전 평범한 걸 먹어서 맛있었으니, 이번에는 좀 더 특이한 걸 먹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괜히 시켰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일단 먹고는 볶음밥을 시켰다. 양이 매우 적었다. 그리고 우리 다음 손님이 볶음밥을 시키자 품절이라고 했다. 남은 약간의 밥으로 볶음밥을 내준 것 같았다. 조금 화가 나는 부분이었다.
적당히 그리고 마에하마라는 바다에서 이상한 생명체를 잡아서 후배 신발에 물컹하도록 넣어두고 후배를 놀리면서 놀았다. 금방 시간이 흘러서 짐을 받고는 배에 승선하게 되었다. 중간중간에 이것저것 힘든일도 있어서 마냥 좋고 행복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즐겁다고 생각하고 갑판위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수십대의 보트가 따라오면서 배웅하는 의미로, 사람들이 다이빙을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 그냥뛰는 사람,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하면서 뛰는 사람등등 다양한 사람이 손을 흔들면서 바다에 뛰어들고는 바다위에서도 손을 흔들었다. 옆에 있는 후배는 그 부분에서 감동을 먹은 듯 했고 나도 살짝 감동이었다. 그리고는 배에서 샤워도 하고, 이것저것 첫날처럼 보내기 시작했다. 이 날은 일몰일출은 신경쓰진 않았지만.
아쉬운 하선까지.
적당히 배에서 쉬는데 갑자기 엄청 힘들고 콧물에 기침까지 종합세트로 찾아왔다. 아무래도 심한 감기에 걸린 듯 했다. 나중에 내려서 연락해보니 같은 숙소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같은 시기에 같은 감기에 걸린 듯 했다. 신기하군. 그래서 배에서 비몽사몽하고 괴로워하다가 내리게 되었다. 배에서 내리자 배와 관련해서 처음으로 본 한국어, 감사합니다가 있었다. 뜬금없는 한국어가 반가웠다. 그리고는 지하철 역에서 후배와 헤어지고는 집으로 가는 것으로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번 게시글에서는 내가 오가사와라에서 겪었던 일들을 최대한 그대로 정리해보았다. 물론 나와 후배라서 겪었던 특별한 부분들도 많겠지만, 전체적인 여행의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면 알다시피, 일본어가 안되는 사람, 돈에 여유가 없어서 투어/액티비티 등등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 배멀미가 심한 사람, 바다를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최악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는 여행지이다. 그래도 투명하고 맑은 바다와 바닷속의 세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가보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지 소개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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