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단하게 나의 자전거 여행에 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블로그를 하기 전에 경험 했었던 시원스쿨 특파원 3기에서는 자전거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했었지만, 이 블로그에서는 자전거에 대해서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덕분에 주변에서는 자전거 철인? 같은 느낌으로 유명하지만, 나의 블로그의 팬 분이 자전거로 일본을 여행해본적이 있냐고 질문하는 등등의 갭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있었던 자전거 여행들을 코스별로 정리하고(여러번 갔었던 곳이라도 하나의 게시물로), 향후 또 가게 된다면 가볍게 하나씩 정리할 것이다.. 굉장히 나만의 오리지널리티가 강한 컨텐츠가 될 것 같다. ㅎㅎ
오늘 소개할 자전거 여행의 코스는 다음과 같다. 사실 히메지까지는 동일하지만, 이후에는 약간 코스가 변경 되었었다. 참고로 2017년에 다녀왔다.
중간에 태풍이 와서 시간이 지체되기도 하고, 원래는 사진부의 합숙에 참가하는 게 목적이었기도 해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중간에 배를 이용했다. 그렇기에 실제로 방문했던 현들은 카나가와, 시즈오카, 아이치, 시가, 교토, 오사카, 효고 가가와, 에히메, 고치 현이다. 마지막에는 시고쿠에서 카메라가 고장나는 바람에 멘탈이 깨져서 자전거를 숨겨두고 히치하이킹을 하기도 했다. 한번 하나씩 차근차근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1일차
당시의 나는 카나가와현(神奈川県)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출발은 카나가와현의 집이었다. 출발을 한 뒤, 한참 동안은 자주 다녔었던 하코네까지의 길을 지나갔다. 오다와라(小田原) 즈음에서 오다와라 성 밑에서 잘까 하고, 불이 다 꺼진 밤에 오다와라 성에 방문했다. 방문해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화장실이 문을 닫고 있어서 빡쳐서 화장실 벽에다가 노상방뇨를 했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갑작스럽게 일기예보에도 없던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 비는 12시간이 넘게 지속되었었다. 그때의 경험이 정말 너무 말도 안되서, "정말 신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천벌 받을 짓을 하긴 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적당히 지붕이 있는 건물(병원)의 주차하는 곳? 같은 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잠을 청했다. 이따금 지나가는 차 소리에 잠을 설치던 기억이 난다.
2일차
자고 일어나서 멍하니 쉬는데, 이상한 아저씨가 옆에서 담배를 피시고 계셨다. 뭐하는 분이지 싶었는 데, 그대로 들어가서 병원을 여시는 걸 보고 이해심이 풍부한 분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일어나서는 어찌저찌 자전거를 타고 아타미(熱海)(시즈오카현,静岡県)로 향했다. 사실 이때가 첫 아타미의 방문이었다. 가는 길이 언덕과 내리막길이 반복되고, 도로가 비좁은데 끊임없이 뒤에서 차가 추월해가고, 옆의 바다는 심상치 않은 높이의 파도가 치는, 위험한 길이었다. 비도 맞은 김에 약간 쉬다가,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저렴한 온천에서 몸을 씻었던 기억이 난다. 씻고나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역 앞의 맛집에서 맛있게 카이센동(海鮮丼)을 먹고는 자전거에 탄채로 등산을 시작했다.
중간에 골프장 근처에서 멧돼지를 마주쳤는데, 마치 꺼내달라는 듯이 쾅쾅 부딪혀서 무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더 가까이가서 찍어볼걸..." 하고 후회되기도 한다. 새끼와 함께 일가족 납치를 당한 상황에서도 모성애가 살아있어서 그런게 아니었을까?
평소에 오르던 1100미터의 하코네 산에 비하면 절반 정도 밖에 안되는 5,600미터만 오르면, 한참을 내리막길이 펼쳐지게 된다. 기나긴 터널 + 내리막길 + 커브가 펼쳐지는데, 교통사고 3종신기가 모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잘못 넘어져서 난간 하나만 넘어가면 낭떠러지인 길도 꽤 길게 있으니까 주의하도록 하자.
그렇게 산을 넘어가면, 약간 분위기가 확 달라지게 된다. 이제서야 시즈오카라는 느낌이 나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이냐면, 넓고 평화롭고 폭주족이 많은 느낌? 편의점 조차도, 편의점 면적의 4배 이상의 주차장이 딸려있고, 건물이 4층을 넘어가는 경우가 별로 없고 옆으로 엄청 넓었다. 볼만한 관광지는 많지 않았는데, 땅덩이는 너무 커서 어쩔수 없이 2박이나 했던 기억이 난다.
잠을 자러 해가 진 후의 깜깜한 밤에 공원을 오르는 데, 아무도 없고, 켜져있는 전등도 없어서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그냥 올라갔다. 올라가서 돗자리를 펴고는 침낭을 꺼내서 눕는데, 누워보니 생각보다 푹신해서 좋았고, 사람이 없어서 반대로 안심되기도 했었다. 다만, 정기적으로 신칸센 소리가 나서, 한참을 잠을 설치다가 신칸센 막차가 끊겼는지, 푹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3일차
그렇게 일어나자마자부터 한참을 달려서 열심히 시즈오카 현을 벗어나려 했지만, 결국 시즈오카현의 끝자락, 하마마츠(浜松)의 공원에서 별을 보면서 잠들었었다. 다행히도 이 날은 아침부터 날이 개기 시작하더니 하루종일 날이 맑았다. 그래서 삼각대를 안 가져온 것을 이때 즈음 처음으로 후회했다.
4일차
어찌저찌 아이치현(愛知県)에 들어와서 나고야(名古屋)에 도착했다. 나고야현은 볼 게 별로 없었기에, 맛있는 미소카츠를 먹고 한 신사를 방문한 뒤 그대로 통과했다. 나고야에 가까워질수록 도로도 넓고, 운전하기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살기 좋은 도시인데, 못생긴 여자와 관광지가 없는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그리고 그대로 미에현으로 통과했다. 중간에 고양이가 누워있는 것을 봤는데, 시체였다. 다행히 자전거로 밟지 않도록 피해갔다. 당시의 나는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하네카와를 떠올리면서 묻어 준다면 신기한 힘이 생기거나 귀신이 들려서 재밌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지나갔다. 지금이라면 삽을 사다가 어디에 묻어주고 갈 것 같지만, 당시에는 첫 날부터 비가 와서 힘이 좀 없었기에 그냥 지나쳤다.
일본의 유명 체인 페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었는데, 같은 체인이 분명한데, 나고야와 미에현의 약간의 거리 차이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느낌이 달랐다. 미에현에 건너오자마자 칸사이벤이 들리기 시작했고, 뭔가 정량보다 고기가 크게 나왔으며, 그릇이 약간 지저분 했던 기억이 난다. 칸사이와 칸토, 그리고 나고야의 차이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적당히 이 날도 구석진 빈 공원에서 잠을 청했다. 엄청 으슥한 곳이었고, 원숭이와 멧돼지가 쳐들어오지 않도록 전기 펜스가 쳐진 곳에서 잠을 청했다. 꿈 속에서 원숭이에게 시달림을 당했던 것 같다.
5일차
일어나서는 적당히 밥을 떼우고, 미에현(三重県)과 시가현(滋賀県)을 가로막고 있는 산을 등산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고속도로를, 거의 30미터 높이위의 교량을 지어가면서 공사하는 걸 보면서 "우와왕"하면서 지나갔다. 근데 갑자기 바퀴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바람이 빠진거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사장에서 무언가 가루가 튀어나와 있었고 그걸 밟은게 아닐까 싶다. 어쨋든 갑자기 안나가기 시작한 자전거를 가지고 마침 옆에 있던 수련회용 건물?같은 느낌인 곳에 도움을 청했다. 당시의 나는 펑크에 대한 대책을 1도 안하고, 자전거를 고칠 지식도 부족했고, 장비를 1도 안챙겨 왔었다. 그래서 건물의 관리인에게 펌프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규격이 안맞아서 우왕좌왕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바람을 넣기는 커녕 더 빠진채로 포기하고 걸어서 이동하게 되었다. 그래도 친절한 아주머니들이었다.
물을 좋아하고 마침 씻고 빨래도 할 필요가 있었던 나는, 도로 옆의 계곡에 주목했다. 자전거를 적당히 세워두고는 계곡 아래로 내려가서 신나게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약간 옷을 햇볓에 말렸다. 고장난 자전거는 잊고 얼음장처럼 시원한 물에 뛰어들면서 놀던 신나는 한 때를 보냈다. 적당히 목욕재계라도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것 같다.
그런데 살짝 기적이 일어났다. 다 씻고 올라와서 짐을 정리하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차가 갑자기 멈추었다. 그러더니 태워줄까 하고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나는 마침 자전거가 고장난 이야기를 하면서 탔더니, 약간 산을 올라가서 내려준 뒤, 펑크를 완전히 고쳐주셨었다! 오사카의 이름모를 지나가던 회장님, 감사합니다! 취미는 자전거로 다운힐을 즐기시는 것 같았다. 이런 사람을 30분에 차 한 대도 채 지나가지 않는 곳에서 마주치다니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산을 넘고는 한참을 달려서 시가현의 비와호에 도착했다. 약간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기에 그대로 시가현을 지나치고 교토(京都)로 향했다. 태풍이 온다는 예보를 들었기에, 버거킹에 앉아서 대충 밥을 때우면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잡았다. 정말 오랜만에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잘 수 있게 되었다. 중간에 호스트가 함께 교자를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돈이 아까워서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며 같이 가서 먹을껄...
6일차
가장 먼저 헤이안 신궁을 둘러보았다. 굉장히 넓고 일본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에 지나가다가 100엔짜리 크레페를 팔아서 먹었는데 맛있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점심과 저녁은 둘다 오와리야라는 500년은 된 거 같은 소바집에서 먹었다. 스텝이나 안의 가구 등등은 괜찮았는데, 건물 자체가 너무 쓰러질 것 같았다. 음식은 아주 맛있었지만, 양이 좀 적고 비쌌다.
그리고 은각사, 금각사, 후시미이나리 신사, 키요미즈데라(공사중이었다...) 등등 교토의 유명 관광지 중에서 자전거의 경로를 생각해서 적절히 관광을 했다. 교토는 볼께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덤으로 사람도 엄청 많았던 것 같고.
특히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방문할 때 즈음에는, 해가 지고 어두컴컴할 때여서,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무서웠겠지만, 나는 맨날 이보다 더 한 외진 곳에서 불도 다 꺼진 채로 혼자서 잠을 청했었기에 무리 없이 이나리산을 올랐다. 오르면서 "이나리콩콩 코이이로하"라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렸었다.
7일차
교토에는 외진 곳이 별로 없었기에 그대로 밤을 새고는 나라(奈良県)에 도착했다. 나라에 적당히 앉아서 쉬고 있자 어디서 사슴 놈들이 기어나왔다. 아무래도 내가 궁금했나 보다. 드디어 내가 무겁게 챙겨온 망원렌즈를 활용할 기회라고 생각하고는 이곳저곳에서 사슴을 촬영했다.
사슴이 오줌을 싸거나, 뿔이 일정 길이 이상으로 자란 죄로 마취총을 맞고 뻗어서, 뿔 깎는 공연 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았다. 특히 마취총을 쏘자 주변에 있던 숫사슴들이 죄다 도망가는 것과, 마취총을 맞은 사슴이 곧 자신의 뿔이 잘릴 것이라는 운명을 아는 듯한 서글픈 눈빛이 너무나도 기억에 남는다. 이곳저곳을 보면서 사슴고기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인상깊었던 점은 사슴이 무단횡단이 아니라 신호등을 지켜서 횡단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사슴만 보다가 더 달려서 오사카(大阪)로 향했다.
오사카에서는 일단 피곤해서 오사카성 아래의 공원 벤치에 누워서 약간 낮잠을 잤던것 같다. 어느새 금방 해가 떨어지고, 약간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사카의 도톤보리를 구경하고 고베규를 쓴 라멘을 맛본 뒤에 적당히 또 공원에서 잠을 청하는데, 이번에는 비가 엄청나게 오기 시작했다. 비가 올 것은 예상치 못했고, 숙소도 못잡았기에 생쥐꼴이 되도록 비를 맞으면서 공원에서 잠을 잤다. 얼어 죽는 줄 알았네.
8일차
한동안 비에 시달리다가, 그대로 일어나서 영업중인 목욕탕을 찾았다. 목욕을 하다가 계속 졸아서 죽는 줄 알았다. 씻고 나와서 잠시 옷을 갈아입는 의자에 누웠다가 그대로 20,30분 정도 잠들었던 것 같다. 관리인이 깨워서 얼른 옷을 다시 입고 나가려다가, 음식을 파는 것을 보고 적당히 밥을 주문하고는 약간 졸았다. 적당히 우동을 받아 먹고는 다시 출발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고베(神戸,효고현,兵庫県)에 도착했다. 그러고보니 고베로 향할때 코스트코를 본 것 같다.
적당히 유명한 절을 관광하다가 너무 졸려서 그대로 근처의 벤치에서 누워서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는데, 법사님 같은 분과 신자 같은 분이 지나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에 금방 짐을 챙겨서 탈출했다.
적당히 자전거의 메인터넌스도 받고, 고베시청? 건물에 올라서 무료로 고베의 풍경도 보고, 비너스 공원이라는 곳에 올라서 고베의 전경도 보고, 당시의 나로써는 처음으로 보는 제대로된 폭포도 보면서 즐겁게 놀았다. 그리고 근처 공원에서 잠시 벤치에 누워서 잠을 자는데 까마귀가 날아와서 내 옆구리에 똥을 싸갈기고 지나갔다. 완전 어이가 없는게 날아오기전에 까악까악 소리로 울고, 친구와 함께 날아오더니 옆구리에 똥을 싸고는 도망갔다. 완벽하게 일부러인듯하다..
그리고 유명한 고베규의 식당에가서, 직접 요리사가 바로 앞에서 입을 털면서 구워주는 음식을 먹었다. 짱맛있었다. 사진에는 없지만 샐러드도 제공했고, 1700엔 정도에 저렴하게 먹었다.
적당히 이것저것 하다보니 또 해가져서 이번엔 야경을 보러 갔다. 낮에 올랐던 산을 다시 한번더 올라서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데, "그 생물"을 또 마주쳤다.
저번보다 훨씬 덩치는 큰 주제에, 겁은 훨씬 많아서 나를 보고 도망갔다. 멧돼지는 내가 무서웠나보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달려서 해안가에 위치한 멋진 공원의 소나무 밑에서 잠을 청했다. 다만 모기가 많았다.
9일차
전 날 이곳저곳에서 많이 잔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일출 시간에 맞춰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열심히 달려서 히메지(姫路)로 향했다. 지나가다가 시고쿠의 섬들을 향해서 이어진 멋진 다리도 보았다.
히메지에서는 세계문화유산인 히메지 성을 본 뒤에 바로 배를 타러 향했다. 히메지 성 앞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배를 탈 때에, 자전거 용 표를 하나 더 사서 자전거를 안전하게 고정 받았다. 자동차가 탑승하는 곳에서 기다리다가,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서 맡겼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타본 배중에서 제일 안전하게 자전거를 고정 받았다.
뭔가 그냥 시고쿠로 들어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쇼도시마(小豆島)라는 곳으로 향했었다.
전체적으로 약간 작은 이즈오오시마의 느낌이 나는 섬이었다. 특산품인 올리브가 아직 안 익어서 맛볼 수 없었고, 약간 유럽 분위기가 나는 느낌의 작은 섬. 자전거로 한바퀴도는 데 반나절도 안걸려서 쓱 돌고는 다시 배를 타고 시고쿠로 향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배를 탔었던 기억이 난다. 배위에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몰을 보았다.
그대로 배로 내린 곳은 시고쿠의 카가와현(香川県)의 타카마츠(高松)시. 도착하자마자 우동을 먹었다. 나와보니 마침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상영을 하고 있어서 쉬는 겸 앉아서 봤다. 머릿속에서 무슨 말도 안되는 전개냐고 따지면서.
당연히 적당히 공원을 찾아서 편히 누워서 잠을 잤다.
10일차
일출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대로 셔터 유닛이 망가졌다...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놀라운 효과를 보았다. 그래도 일단 적당히 목적지인 코치시를 향해서 달렸다. 카가와현의 끝자락에서 마지막으로 우동을 한 번 더 먹는데 너무 맛있었다. 200엔 남짓의, 점심에만 하는 라멘을 먹었다. 그리고 일단 히치하이킹을 하려다가, 지나가던 운전자가 다른데서 하는게 더 잘 잡힐거라고, 목적지가 코치시니까 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자전거도 실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라고 조언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목적지만 조금 맞았거나 잘 말했으면 태워주셨을 것 같다.
조언을 듣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엄청 외딴 구석진 주택가의 종합주택에 자전거를 세워두고는, 2리터의 물병을 하나 사들고 도로 한쪽에 서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거리 중 동-서로 향하는 도로가 아닌 북-남으로 향하는 방향에 서있었어야하는데, 대충 서있다가 3시간이나 서있었다. 자리를 바꾸고 금방 히치하이킹에 성공했다. 의료계의 인력인 분과 함께 고속도로를 타고는 고치시로 향했다. 이름모를 나를 위해서 고속도로까지 타시다니... 게다가 왕복이라 3000엔 + 기름값, 3시간은 깨지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누님 ㅠㅠ. 같이 이야기를 할 때에, 자기는 히치하이킹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태워다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어디서 히치하이킹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왔다고 했었다. 정말 멋진 사람이다. 다음에 꼭 또 히치하이킹해서 만나야지.
사실 나의 자전거 여행은 여기서 일단 끝이다.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카메라가 깨지면서 맨탈이 깨져서 약간만 타고 신칸센을 탔기 때문이다. 돌아갈 때까지의 이야기를 간단히 조금만 더 해보도록 하겠다.
10일차-이어서
코치(高知,코치현,高知県)에서 내린 나는 잠을 잘 공원을 대충 파악해둔 뒤, 유명한 먹거리 시장을 향해서 갔다. 히로메 시장이라는 곳이었는데, 카츠오 타타키라는 요리가 매우 유명해서 개맛있게 먹고 있었다. 갑자기 옆 자리의 약간 나이드신 중년의 여성분이 말을 걸었고, 일행인 남성 2분도 나와 합석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보니, 여성분이 내가 아무리봐도 공원에서 잘 것 같이 생겨서 이야기를 걸었다고 했고, 덕분에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 합석하게 되었다. 전철을 타고 그분들과 놀러갔다. 전철을 내 돈 내고 탔는데, 한분이 나에게 전철비를 건내주셨다. 거기서 부터 "뭐지?"하는 느낌이 약간 들었다. 그리고 신기한 가게에서 노래도 부르고 음식도 마시고 술도 마셨다. 나이드신 분들과 함께.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의 "스낵"이라고 하는 가게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아까 전철비 주신 분이 돈도 다 계산해주셨다. 여성분이 나를 계속 재워주라고 해서 그런지, 그 분이 나를 재워주겠다고 했다. 재워주기전에 2차로 근처의 술집에 데려가 주셨다. 맛있는 고오급 요리들과 술을 먹다가, 1층에는 상가를, 2층에는 집인데 아직 세입자가 없는 곳에 나를 데려다 주었다. 찬물밖에 안나온 것만 제외하면, 지금까지 묶었던 숙소들 중에서 제일 쾌적했다. 거실에 방 3개인가 2개가 딸려있었던 집이었다.
11일차
아침 7시가 되자 "그 분"의 전화를 받고 일어났다. 일어났더니 이번엔 자기 트럭을 가지고 와서는 자기 집에 초대해주셨다. 집의 전파탑과 부인을 보면서 그 분만의 취미와 철학을 보고는 코치역에 방출되었다. 중간에 날짜 계산을 잘못해서 하루 일찍 코치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루만 더 재워달라고 운을 띄워보았으나 어림도 없었다. 어쨋든 감사인사를 남기고는 다시 코치에서 히로메 시장에 가서 카츠오타타키동을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이곳저곳을 관광했다.
그리고 코치의 저렴한 물가에 계속해서 놀라면서 아직까지 쓰고 있는 우산과, 지갑을 구매했다.
또 비가 오려했기에 그냥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숙소를 잡았다. 고기를 적당히 요리해서 먹었는데, 설거지를 안했다. 죄송합니다.
12일차
무사히 사진부의 사람과 합류했으며, 아는 형이 5두막을 빌려주셨다. 덕분에 사진을 다시 찍어볼 수 있었다. 내가 계속간 히로메시장에 또가거나 카츠라하마(桂浜)라고 하는 곳에 가거나 하면서 관광을 하다가 시만토라고하는 곳까지 이동했다. 시만토에서 좋은 호텔에 머물렀다.
13일차
여기까지 와서 또 탈줄은 몰랐지만, 자전거를 렌탈했다. 그리고 시만토강(四万十川)의 상류를 향했다.
진짜 상류는 아니지만, 어쨋든 물이 엄청 맑고 깨끗했다. 덤으로 닥터피쉬같은 물고기들이 내 각질을 먹어치워줬다. 게다가 조금만 깊이가도 물고기 크기가 엄청 컸었다. 언젠가 다시 한번 더 저 곳을 찾아서, 차가 다니는 다리에서 강을 향해 다이빙을 하고 싶다.
그리고는 시고쿠 최남단의 바다에 방문해서 고양이를 봤다.
14일차
합숙 마지막날 코치로 다시 돌아왔으며, 모두와 헤어졌다. 비행기를 타는 사람, 전철을 타는 사람, 버스를 타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나는 적당히 버스를 예약해서 1400엔 정도로 자전거를 버렸던 장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는 역까지 가서는 말도 안되는 포장을 했다. 테이프를 가지고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그리고 오카야마(岡山,오카야마현,岡山県)까지 전철을 타고 올라가서는 신칸센을 탔다.
신기하게도 도중에 전철이 2개로 나뉘어서 하나는 타카마츠, 하나는 오카야마로 향했었다. 조금 더 기운이 남아 있었고 카메라만 괜찮았다면 그대로 2차 관광도 했을텐데 ㅠㅠ 그리고 신칸센은 무지막지하게 빨라서 그날 그대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이 세상은 생각보다 따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다리로 정말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었고, 일본의 풍경이 각 도시별로 변해가는 모습과 문화를 나만의 속도로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이것저것 정말 많은 추억도 생겼고, 덕분에 자전거에 관한 상식과 지식도 많이 늘고, 나 자신의 인내력도 많이 길러 졌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에 여자친구가 섭섭해하거나 자전거에 문제가 생기거나 카메라가 망가지거나, 텐트도 없는데 비가 내리는 등등의 일들이 너무 힘들었었다. 그래서 이후의 여행에는 무조건 텐트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또, 자전거가 아닌 내 등에 모든 짐을 이고 다니는 주제에 500mm망원 렌즈에 갈아입을 옷이나 카메라, 목마를 까봐 큰 마트에서 2리터씩 2병씩 사는 물등등을 넣어서 처음에 허리와 어께가 부셔지는 줄 알았다. 하다보니 괜찮았다. 3일정도 지나면 안아프더라. 하지만 이 역시 다음 여행부터는 자전거에 짐받이를 추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자전거 여행은 나처럼 무대포로 적당히 준비해서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크로스) 자전거나 로드를 사고 짐받이를 꼭 달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저렇게 다니는 쪽이 사실 체력만 된다면 더 빠르고(공기저항이 적음), 별로 생각할 것이 없는 편이기는 하다.
아, 그리고 멘탈 관리를 위해서 가능하면 3명, 최소 2명이서 여행을 가는 것을 추천한다.
덤으로 전기는 숙소가 있을때에 충전하거나, 기본적으로 태양광 충전을 이용했다. 카메라 배터리,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등의 전자제품을 모두 충전하기에 충분했다. 25W짜리였다. 짐과 여행 준비에 관한 부분은 좀 더 자세하게 향후 포스팅에서 다뤄볼까 한다.
저 여행을 통해서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법과, 인내심을 배우고 일본에 대해서 더욱 많이 알게되는 기회였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일본이든 한국이든 간에,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다는 느낌과 많은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로써 자전거 국토 종주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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