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시코쿠 자차 드라이브! | Travel in Japan (11)
이번 게시글에서는, 지난 2021년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다녀온 시코쿠 여행에 대해서 다루어볼까 한다. 시고쿠 자체는 2번째의 방문이었다. 같이 간 형의 자동차 덕분에 편하게 렌터카보다도 더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약간 급하게 여행이 결정되기도 해서 이것저것 많이 헤매기도 했지만, 이것저것 즐거운 경험과 안 가본 현을 가본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럼 한번 어떤 곳들을 여행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일차(공항, 에히메, 호텔) (4월 29일)
도쿄도
미리 전날에 잘 준비해놓기도 했고, 짐을 잘 챙기기도 해서 공항에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대략 2.5시간 이상 전에 도착하는 예정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덤으로 나리타 공항까지의 전철 비용도, 집(토시마쿠)을 기준으로 1300엔 이하로 갈 수 있었기에 매우 신나서 잘 준비해서 출발했다.
하지만, 정신이 이곳저곳에 팔려서 깜빡하고 안에 맥북 16인치 고급형이 들어 있었는 나의 배낭을 전철 위의 선반에 두고 내렸다. 내린 다음 어쩐지 어깨가 시원한 게 기분이 좋아서 섬뜩하다가 바로 빠르게 상황 판단을 해본 결과, 여행이 취소되더라도 가방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역무원을 찾아갔다. 사실 이런 실수는 처음이 아니라 2번째였기에 나중에 따로 가방 분실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포스팅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어찌어찌 간신히 가방이 발견되었다. 한참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미나토쿠에 해당하는 곳에서 발견되었다. 바로 가방을 가지러 출발해서 빠르게 수령한 뒤에 시간상 원래 열차를 포기하고는 구글맵을 열심히 검색했다. 공항에 제때 못 가겠다는 절망적인 결과였지만, 내가 달린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5분 정도 앞으로 당겨서는 도보 시간이 좀 긴 루트를 골라서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열차를 타기 위해서 비를 맞으면서 엄청 달려서 간신히 제시간에 도착하는 열차에 탑승했다. 덕분에 마감시간 1분 전에 카운터에 도착해서 어찌어찌 바로 잘 안내를 받고 짐을 맡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기내 수화물 검사를 하는데, 내 가방 속에서 육각렌치가 엑스레이에서 발견되었다. 평소에 자전거를 탈 때에 수리하느냐 들고 다닌 건데, 공구류라 15센티미터부터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바로 가방을 열고 자를 들고 와서는 검사를 하는데, 제일 긴 게 딱 14센티미터라 통과하게는 되었는데, 다음부터는 이런 건 공구류니까 위탁 수화물로 맡기라는 안내를 받았다.
통과하고 나서도, 게이트 마감 시간 1분 전에 간신히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지 싶었다. 어찌 됐든 잃어버리는 물건도 없고, 비행기도 탔지만 땀범벅이 되어서 조금 찜찜했다. 진짜 아슬아슬함의 끝판왕을 달리는 여행은 오랜만이었다. 예전이었으면 이렇게 시간에 딱 맞춰서 타면 참 좋아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에서는 즐겁게 되찾은 맥북을 사용하며 시간을 보냈다.
에히메현
내려서는 쿠마모토에 사는 형이 차로 마츠야마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주셨다. 매우 감사하게도 도착 게이트 부근에서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에 바로 합류할 수 있었다. 형의 차에 탄 다음에는, 바로 호텔로 데려가 주셨다. 내가 여자였으면 솔직히 반했을 것 같았다. 나는 처음 와봤고 처음 들어본 칸데오 호텔이라는 호텔 체인이었다. 형이 자기가 출장 다닐 때 다녀본 호텔 체인 중에서 가격이 저렴한 편이면서도 좋은 퀄리티라고 하셨다. 정작 들어가 본 결과, 내가 그때까지 가본 호텔 중에서는 제일 좋았다(물론 이는 나중에 갱신된다). 사실 나는 좋은 호텔에 묵어본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적기도 했으니까. 아무튼 이 형이랑 여행을 다닐 때마다 함께 갔었던 호텔은 기본적으로 가격 면에서도 품질 면에서도 불만이 전혀 없고 매우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일단 짐을 풀고는, 돈키호테에서 위스키를 구매하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서 호텔방에서 간단한 야식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 뒤, 간단히 온천을 하고 잠들었던 것 같다. 별생각 없이 온천에 올라갔는데, 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하고 있어서 좀 놀랐다. 넓이는 조금 좁은 편이었지만, 대신 깔끔하게 대리석으로 마감을 하고, 조명도 은은한 붉은 계열을 사용했다. 어쩐지 모르게 약간 보라색(마젠타) 계열로 발색되어서 한층 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노천탕도 함께 딸려있었는데, 호텔의 최상층이라서 얼핏 보이는 야경과 달이 참 아름다웠던 것 같다. 온천수 자체도 근처의 유명 온천에서 끌어와서 사용해서 그런지 기분이 참 좋았다. 게다가 밤 늦게라서 사실상 전세를 내고 사용할 수 있었고, 덕분에 핸드폰을 보면서 30분 넘게 온천을 즐긴 것 같다.
2 일차 (마츠야마, 바다, 노숙)
일단 호텔에서 조식 뷔페를 먹었다. 예상한 것보다 엄청나게 괜찮은 퀄리티의 밥이 나왔다. 뷔페식이었는데, 내가 경험해온 일본의 조식 뷔페는 상당히 부실하고 배가 부를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장점 이외의 장점은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양식과 일식이 적절히 섞여있는 데다가 전체적으로 음식의 맛과 가짓수가 만족스러웠다. 간단한 샐러드부터 시작해서 낫토나 과일, 요구르트까지 있었고, 밥과 샌드위치 등등을 잘 조합해서 먹을 수 있다.
밥을 먹으면서 주변을 둘러보자 넓게 열린 창을 통해서 멋진 풍경이 보였다. 근처에 이 호텔보다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덕분에, 마츠야마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어서 그런지, 뷰도 엄청 괜찮은 호텔이었다. 진짜 너무너무 호텔이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먹은 뒤, 체크아웃까지의 시간 동안 마츠야마 성을 방문했다. 약간 높은 데다가, 차로 접근이 불가능해서 걸어서 산책을 겸해서 방문했다. 근처에서 가장 높은 언덕 같은 느낌이어서 역시 전망이 좋았고, 코로나 때문에 성은 폐쇄했기에 안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성의 근처에는 멋진 공원이나 정원들도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대부분이 들어갈 수 없는 상태였다. 좀 많이 아쉬운 점이 남는 방문이었고, 다음에 이 호텔에 또 온다면 한번쯤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에 방문했다가,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서 짐을 뺀 다음은, 마츠야마의 향토요리를 검색해서 식당을 하나 정해서 이동했다. 이런저런 평들을 조사하다가 郷土料理 五志喜라는 가게를 방문하게 되었다. 우동의 위에 도미를 올린 정식을 시켜서 먹었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맛은 있었다. 약간 도미가 짜다는 건 아쉬웠지만. 근데 대체 왜 이런 해괴망측한 조합의 메뉴가 특산품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그래도 한번쯤은 먹어봐서 나쁠 건 없으니 일단 장소를 남겨두면 아래와 같다. 참고로 사진 속 정식에 딸려있는 어묵 튀김 같은 것도 이 지역의 특산품이었다.
밥을 먹고 나와서는 편의점에서 1일 차량 보험을 가입했다. 한번 형의 차를 몰아보는 겸, 되도록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서 구매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운전하는 데다가, 차가 크고, 무엇보다 사고가 나면 형이 슬퍼할 것 같아서 운전을 하기가 조금 두려웠다. 속도를 내는 것도 그렇고, 애초에 내가 운전을 잘하는 편도 아니어서 최대한 조심조심 운전을 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고속 카메라만 주의하면서 적당히 운전했었는데... 내 운전 솜씨나 기타 등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운전을 점점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게 된 것 같다.
바다에 간 뒤, 옷을 갈아입고는 스노클링 & 프리다이빙을 시도했다. 아쉽게도 바다는 생각보다 맑지 않았다. 도쿄 앞바다 쪽이 훨씬 태평양의 중심에 인접해서 인지, 조금 더 투명했다... 역시 도쿄보다는 시골이라는 점이 있어서 그런지, 위치적인 불리함을 가지고도 도쿄랑 도찐개찐 정도였던 것 같다. 수온도 생각보다 차가웠고,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는 덕분에 파도가 약하다는 점 정도밖에 없었다.
심지어 바위 부근에는 굴이 서식하고 있어서, 형이 잘못 만져서 손바닥을 다치기도 했다. ㅠㅠ 그래서 결국 물 밖에서 모래찜질을 하면서 놀았는데, 불행히도 모레도 살짝 차가웠다. 4면이 바다인 거대한 섬인 주제에 바다 상태가 매우 안 좋군... 어쨌든 재밌게 놀기는 했다.
물에서 한참 놀고 나서는 모래와 바닷물을 씻어내고는 옷을 좀 말리다가 차에 탔다.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을 정도까지는 어찌어찌 가능했는데, 다 말리기엔 시간이 한참 부족했기 때문에 텐트용 밧줄을 활용해서 차 안에 간이 빨래 건조대를 설치한 다음 이것저것 옷들을 말리면서 이동했다.
추천해줄 만한지는 모르지만 일단 위치는 아래와 같다.
물 밖에 나와서는 일단 저녁으로 우동을 먹고는, 일몰 스팟을 향해서 운전했다. 바다에서 놀고 물놀이를 해서 그런지 매우 매우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일단 영업 중이면서 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가게들을 찾아서 일단 우동집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카라아게와 우동과 밥이 동시에 나오는, 굉장히 든든한 정식을 먹었다. 시고쿠는 이렇게 막 먹고 다녀도 될 정도로 물가가 저렴한 점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다만 가성비 이외에 특별히 더 맛있거나 하진 않았다.
저녁 1차
다 먹자마자 최대한 빨리 일몰을 보러 갔다. 마침 일몰에 맞춰서 바다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기시는 분이 계신 덕분에 사진이 굉장히 잘 나왔다. 다만, 타임랩스를 촬영하는데, 실수로 ISO를 고정하지 않아서 노출값이 이상해졌다 ㅠ. 오랜만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 보니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해버렸던 것 같다.
일몰 촬영을 한 곳. 원래 더 먼 곳으로 가고자 했지만 일몰 시간을 맞출 수 이곳으로 정했다.
촬영을 끝내고는 저녁 2차를 먹으러 갔다. 우동은 낮에 먹었기도 했고, 향토요리도 아점으로 먹었기도 해서, 이번에는 그냥 맛있는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白楽天 今治本店이라고 하는 중화요리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도착해보니 딱 봐도 주차장에 차가 가득 차있는 데다가 식당 내부도 거의 가득 차있는 것이 로컬 맛집이라는 삘이 딱 오는 만족스러운 가게였다.
아니나 다를까, 안에 들어가자 딱 봐도 맛있을 수밖에 없는 반숙 계란과 볶음밥이라는 조합을 메인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약간 한국스러울지도 모르는 조합의 요리가 정말 혜자스러운 양으로 나왔다. 덕분에 세트와 면 하나 이렇게 시켜서 서로 나누어 먹는데, 형과 내가 먹는데 약간 남을 정도로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볶음밥이 계란 노른자와 어우러져서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약간 짭짤한 게 입맛을 돋워주는 듯했다. 이 가게도 언젠가 또 가고 싶다고 느꼈다.
밤에 이동 시간을 최대한 사용해서 낮에는 관광을 주로 하기 위해서 그대로 카가와 현까지 이동했다. 특히 시고쿠 같은 곳은 대부분의 식당들이 오후 5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또 한 2시간 동안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일본 노래를 들으면서 카가와까지 이동했다. 세토의 신부의 성지와 아주 가까운 공원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하게 되었다. 운전은 나도 형도 걱정이 돼서 형이 계속해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보험이 있는 동안이라도 열심히 운전을 했어야 하는 것 같다.
열심히 나름대로 텐트를 치는 데,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별이 정말 예쁘게 보였다. 원래 천문동아리에 소속할 정도로 별에 관심이 많았던 나이기에, 바아로 해변에 별을 촬영하러 갔다. 하지만 곧 천지박명이 일어나더니 달이 떠버려서 어쩔 수 없이 별을 촬영하는 것은 포기했다. 그리고는 장노출을 이용해서 핸드폰의 라이트를 통해서 불빛으로 글씨를 쓰면서 놀았다. 한 새벽 1시, 2시까지 여러 번 글씨를 쓰는 연습을 하면서 논 뒤에 텐트에서 잠을 청하였다.
3 일차 (카가와, 우동, 토쿠시마, 자연, 코치, 히로메 시장)
텐트에서 나와서, 텐트를 친 공원 근처를 산책했다. 해안의 곳곳에서 맛조개를 잡는 일본인 가족들이 보였다. 한국에서 이따금 가족들이 다 함께 맛조개를 잡으러 가고는 했던 일이 기억났다. 약간 타원형의 구멍 속에 소금을 살살 뿌려주면 바닷물이 올라온 줄 알고 올라온 조개를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팍 하고 잡을 수 있는 맛조개. 잡는 방법이 참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맛조개가 일본에서도 맛조개가 잡히다니, 새삼 일본이 우리나라 옆 나라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일출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서쪽 해안이었기에 어차피 제대로 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산책을 좀 하고는 전망대를 방문했다. 동전 모양으로 보이는 모래 덩어리가 있다고 해서 한번 방문해보았는데, 진짜로 동전 모양으로 보여서 신기했다. 다만 사진은 제대로 동전 모양처럼 안 보여서 콘트라스트를 상당히 세게 주어야 했다...
가볍게 산책을 마친 뒤, 카가와현이니 역시 우동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우동 집들은 대부분 10시나 11시가 넘어서 영업을 시작해서 2시나 4시 정도에 일찍 닫았다. 장사를 제대로 할 생각이 있는지 조금 의심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일단 근처의 미치노에끼에서 간단하게 밥을 때우고는 이동시간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미치노에끼에서 유유키유유나는 용사어쩌고라는 작품과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발견했다. 생각해보니 배경지가 시고쿠라는 걸 들었던 것 같은데 마침 내가 있던 공원 근처가 또 애니메이션의 성지였던 것이다. 일본의 애니메이터들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여행을 다니는 건지 심히 무서워지는 순간이었다.
우동집이 문을 열기까지 시간이 좀 있었기 일단 온천에서 씻는 것을 먼저 하기로 했다. 적당히 평점이 그리 높지도 않은 온천에 들렸는데, 놀랍게도 아주 쾌적한 시설을 제공해 주었다. 다만 가격은 시고쿠 치고는 저렴하지는 않고 평범한 가격이었다.
온천을 마치고는, 우동집으로 향했다. 釜あげうどん 長田 in 香の香라고 하는 우동집이었다. 역시 주차장부터 차가 꽉 차는데, 주차장의 넓이도 넓이인데, 주차장에 안내 요원도 있고 가게 밖에는 줄이 아주아주 길었다. 일단 차에서 내려서 줄을 서는데, 아주 불행한 사고가 하나 더 터졌다. 멍하니 기다리다가 고프로를 떨어뜨려서 화면이 깨졌다. 아무래도 가방을 잃어버렸던 것 정도로는 뚝배기가 덜 깨져서 정신을 덜 차린 듯했다. 아무튼, 허리쯤 높이에서 떨어뜨렸는데, 콘크리트와 부딪혔는지 바로 깨져버렸다.
한참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자, 다행히 일본은 고프로 구독시 교환(조건 없음)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데다가, 리뷰를 찾아보니 이런저런 대응 방법을 알 수 있어서 대충 우동에 다시 집중했다. 고프로의 무료 교환에 관한 내용은 이미 블로그 내에 포스팅으로 정리해두었으니 참고해보도록 하자.
기다란 줄과는 다르게, 식당 자체는 앞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 뒤에도 공간이 있어서 자리는 상당히 여유로웠다. 다만,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조금 느린 듯했다. 우동 주제에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싶었긴 한데, 시켜보니까 아주아주 납득이 가는 맛이었다. 쫄깃쫄깃함이 진짜 차원이 달랐고 간장도 아주아주 맛있었다. 다만, 따듯한 우동은 진짜 처음 맛보는 느낌으로 오지게 맛있었지만, 차가운 쪽은 평범한 우동보다 조금 더 맛있는 정도였던 것 같다.
밥을 먹고는, 여기까지 북쪽을 올라온 김에, 본토와 시고쿠를 이어주는 다리를 보고 가자는 형의 의견을 따랐다. 물론 나는 이전에 이미 봐서 별로 큰 감흥은 없었지만. 일본이 이런 거대하고 유용한 다리, 인프라를 1960년대부터 건설한 것은 좀 감탄스러웠다.
다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카가와에서의 관광과 우동 섭취를 마치고는 그대로 도쿠시마로 향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계속 오락가락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전에 다리에 향할 때도 조금 그런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조금 빗방울이 굵어졌었던 것 같다.
토쿠시마에서는 크게 두 가지를 보았다.
하나는 위태로운 다리로, 처음엔 엄청 무서웠는데 곧 적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리가 나무를 꼬아서 만든 것처럼 보였기에 내구도가 참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아래를 보자 노출된 강철 케이블이 보였고, 잡아주는 나무도 사실은 강철 케이블이 장력을 지탱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이르렀기 때문에 안심한 것이 컸으리라.
적응한 이후에는 좀 흔들거리는 것만 빼고는 좀 걸어 다닐만했다. 다만 입장료가 좀 많이 비쌌기에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사실 그 다리보다는 근처의 계곡에 내려가서 들어가 본 게 더 재밌었다. 기온과 물 온도는 분명 어제의 바다보다 차가운 것 같은데 이상하게 하나도 안 추웠다.
두 번째로는 산을 통째로 마을화한 동네를 보러 갔다.
다리와 계곡을 즐긴 다음,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서 촌락으로 향했다. 엄청 예전부터 산 위에 지어져서 발전해 나간 촌락이라고 한다. 최고 아래의 집과 최고 위의 집이 해발고도가 324미터가 차이가 나는 신기한 동네였다. 해가 저물어가자 금방 어두워져서 사진이 예쁘게 안 나왔다. 기본적으로 해가 지기 전에 보는 것을 추천하며, 참고로 산은 해가 엄청 빨리 저무니 주의하도록 하자.
한 번쯤은 방문해줄 만한 동네인 것 같다. 다만 시간을 주의하도록 하자. 오고 가고의 시간도 상당히 소요된다.
코치현
이후 차를 코치로 향했다. 4년 전에 형과 함께 방문했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사진부의 합숙으로 왔었던 곳으로, 카츠오타타키가 미친 듯이 맛있었기에 또 방문하게 되었다. 자동차를 주차장에 넣고는 바로, 카츠오타타키가 유명한 히로메 시장으로 향했다. 가만히 앉아서 카츠오 타타키를 기다리다가, 야마나시현에서 온 분들과 합석해서 재밌게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근데 사람이 굉장히 많이 붐비었다. 역시 골든위크.
기본적으로 자리는 공용이며, 지나다니는 종업원이 빈자리를 정리해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음식의 경우 크게 2가지 방법으로 주문할 수 있는데, 주문하고 기다렸다가 받아가는 방법과, 자리를 잡아둔 뒤 해당 자리의 번호를 전하면 그곳으로 음식을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약간 한국의 푸드코트와 같은 분위기가 나는데, 가게 하나하나의 감성이 조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카츠오타타키를 짚을 태워서 굽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다거나 하는 메리트가 있다.
하지만, 가격이나 맛은 이름 없는 구석진 곳이 조금 더 원조에 가까워서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맛이 싼 걸 지도 모르지만. 카츠오 타타키 이외에도 선물이나 현지 음료수, 그 외 안주거리들이나 식사가 준비되어 있으니 다양하게 즐겨보도록 하자.
그리고는 역시 낮의 이동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바삐 차를 나카무라 역으로 향하는데, 중간에 기름이 아슬아슬해서 큰일 날 뻔했다. 근데 배가 부르고 오늘도 물에 들어간 덕분인지 나는 피곤해서 다시 잠들어버리고만 말았다. 그래도 일단 내가 대략적인 노숙 포인트를 정하긴 했지만... 차에서 계속 잤다. 원래 조수석에서 자는 것은 매너가 아니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형한테 미안한 포인트이다.
아무튼 노숙 포인트에 도착하자, 전날 텐트를 펴본 경험 덕분에 정말 빠르고 신속하게 펴고는 바로 잠자리를 준비해서 따듯하게 잘 잤다. 역시 여러 번 해보면 금방 느는 법이다.
4 일차 (시만토 강, 캠핑& 다이빙, 에히메, 일몰)
일단 아침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향했다. 이번에는 동쪽 바다가 확 트여있기 때문에 일출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있어서 확실하게 보러 가는데 성공했다. 아주 아름다운 일출을 제대로 보는 데 성공하고는, 공원에서 어린애들처럼 미끄럼틀을 탔다. 텐트를 접고 차를 정리한 뒤에 가볍게 근처를 드라이브하면서 살피는데, 캠핑장이 따로 있었다. 물론 유료라서 당연히 안 갔을 거지만...
약간 당황스러웠다. 아 그리고, 일출을 보러 온 다른 팀의 경우, 복장부터가 다이빙 복장이어서 이 근처에 다이빙 스팟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탁 트인 바다 쪽이 물이 맑아서 잘 보이나 보구나 하고는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는 아침으로 규동을 먹으러 갔다. 아침에 여는 다른 가게들이 거의 없었으니까. 근데, 마침 짱구 피규어 랜덤 증정 세트가 있어서, 매우 신나게 원래 먹으려던 아침 세트에 더해서 규동을 한 그릇 더 먹었다. 근데 철수가 나왔다...
그리고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인, 시만토강을 따라 올라갔다. 4년 전에는 바다나 강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다리에서 다이빙을 못했었기에, 이번에는 절대로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 일단 스노클링으로 강의 수심을 측정했다. 약간의 소나기로 불어나서 그런지 수심은 2.4미터 정도였고 안전하게 뛰어내릴 수 있다고 뇌피셜로 판단하였다.
다만 소나기로 불어난 덕분인지 유속은 상당히 빨라서 떠내려가는 것은 조금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뛰어내리다가 죽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은 나는 당연히 노빠구로 한 5번 정도 뛰어내렸다. 처음 뛰어내릴 때는 어그로가 끌려서 모두가 나를 쳐다보아서 조금 부끄러웠다. 덤으로 사실 맨몸 수영을 잘 못하기 때문에 물을 잔뜩 먹었지만 민물이라서 별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자꾸 뛰어내리니까 몸이 멋대로 살고자 반응하는지 수영 솜씨가 아주 빠르게 늘어서 오리발 없이도 수영 흉내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인간의 생존 본능은 대단해.
물 밖에서는 형이 만들어준 불에 마른 대나무(5미터 이상)를 두 개 가져오고 잔 나무들을 가져와서 불을 엄청 크게 만들어서 싹 다 태우면서 놀았다. 지나가던 레크리에이션 관련 직원이 기왕이면 마른나무들 싹 다 태워달라고 했다. 역시 일본은 금지라는 말이 없으면 일단 허용인 듯하다. 심지어 다리 앞에는, 강에 뛰어들기 주의⚠️(금지가 아닌 점이 일본스럽다) 표지판이 있기도 했고. 아무튼 모닥불도 자유롭게 피우고 다이빙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아주 즐거웠다.
그렇게 신나게 물놀이와 불놀이를 즐기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원래 가고 싶었던 식당이 있는데, 문을 너무 일찍 닫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형 체인점처럼 생긴(하지만 절대 대형 체인이 아닌, 시골 가게) 가게로 향했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애초에 맛없기 힘든 요리들을 시켰기 때문인지 적당히 맛있었다. 물론 우동 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에히메현
밤을 먹고는 적당히 달리다가, 험한 길에 있는 전망대를 방문했다. 상당히 남서쪽에 위치해 있었고 주변을 살펴보면 큐슈가 보이기도 하는 멋진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길이 너무 험해서, 직접 운전해서 오는 건 낭비인 것 같았다.
그래도 방문한 것 까지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올 때에 기름이 결국 표시 0에 도달하고 말았다. 차가 멈춰버리면 진짜 큰일이 나기 때문에(보험사를 불러서 기름을 채워달라고 해야 한다) 엄청 연비를 신경 쓰면서 조심스럽게 (형이) 운전해서 주유소로 향했다. 그런데 그 주유소의 문이 닫혀 있었다. 아마 영업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문을 닫은 것 같았다. 그대로 다른 주유소를 구글에서 검색한 뒤, 전화를 걸었더니 사정을 듣고는 오늘 쉬는 날인데 일부러 나와주셨다. 2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시동이 꺼지지 않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계속 달려서 간신히 도착했고, 쉬는 날인데 나와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바탕으로 기름을 풀로 채웠다.
당연히 외딴곳에 있어서 기름 값이 비쌀 줄 알았는데, 다른 데는 156엔이었는데, 오히려 148엔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아마 쉬는 날이라서 기름값의 반영이 안 되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겸사겸사 주유를 하는 동안 해당 주유소의 역사에 대한 엄청 유서 깊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자기 집은 옆에 있으니, 언제든지 기름이 필요할 때에는 방문해달라는 할아버지의 파이팅 넘치는 말에서 일본인의 장인 정신을 느끼며 일몰 스팟으로 향했다.
그대로 일몰 스팟을 향해서 달리는 데 역시 시간이 모자라서 근처의 일몰 스팟으로 경로를 도중에 수정했다. 마친 쇼와천황전망땅 같은 느낌의 장소가 있었기에 방문해보았다. 일본은 새삼 천황을 정말로 신으로 여겼었다는 점을 체감했다. 전망하러 오신 곳이라고 비석도 가져다 두고 이것저것 잘 관리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서 리뷰수는 0이어서 좀 신기했지만.
일단 최대한 열심히 일몰을 찍었다. 이번에는 타임랩스도 잘 ISO를 고정해두었고, 촬영하는 동안 차 안에서 형이 호텔을 하나 예약해 주셨다. 내일은 비행기라고 편히 쉬고 가라는 의미로 나를 배려해준 형한테 감사 ㅎㅎ. 첫날과 마찬가지로 마츠야마에 있는 호텔로 잡았다. 첫날에 묵은 호텔의 경우, 성수기가 도래해서인지 가격이 상당히 올라가서 다시 묵을 수는 없었다.
위치 자체는 지난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시설이 상당히 오래된 호텔이었다. 첫 날밤과 마찬가지로 돈키호테와 맥도날드를 들려서 야식을 먹고 온천을 하고 술을 마시다가 잠들었다. 싼마이를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 주소를 남겨두겠다.
5 일차(도고 온천, 귀가)
이번 호텔은 갑작스레 잡기도 했고, 좀 역사가 있고 허접한 느낌이 드는 호텔이었다. 대신 온천수는 멀리서 가져온 덕인지 매우 좋았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호텔 조식은 좀 상당히 허접해서 살짝 아까웠다. 형이 호텔을 예약할 때 보통 조식을 포함하지 않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간단한 낫토와 일식의 반찬들을 가져다가 조식을 먹고는 조금 느긋하게 체크아웃을 했다.
차를 주차장에서 뺀 후에, 도고 온천 근처로 향했다. 차를 주차하고 근처의 높은 계단이 딸린 신사에 먼저 방문했다. 문득 도고 온천이라는 말이 일본언지 한국어인지 중국어인지 신경 쓰였다.
신사 자체는 평범했다. 약간 오키나와에서 방문한 신사의 모습이 떠올랐다. 카드로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과 신사에 갈 거라는 생각이 없었기에 카드만 챙겼었다. 그래서 소원을 빌기 위해서 형한테 5엔을 빌려서 내 소원과 함께 형의 행복을 빌어주었다.
성터를 산책한 뒤, 도고온천의 상점가를 방문했다. 성터 자체는 이제 성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그냥 전망이 상당히 좋았다. 아 그리고 성 위에서 족제비를 2마리나 산책시키는 여성분을 보았다. 족제비를 보는 것도 신기한데 그걸 사람이 또 키우고 있어서 신기했다.
약간 물가 근처에 벌레가 많으니 여름에는 주의하도록 하자.
도고 온천 역의 바로 앞에는 진기한 볼거리가 간간히 있었다. 이따금 서비스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증기 기관차(실제로 움직임, 다만 모터도 같이 달렸는지 전기를 이용해서도 움직임)라던가, 정각이 되면 무언가 인형 같은 게 나오는 시계라던가 등등이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둘 다 보도록 하자.
때마침 12시여서 그랬는지 증기기관차를 움직여주어서 아주 재밌었다.
상점가의 입구의 관광 안내센터에는 놀랍게도 온천 무스메라는 온천 의인화 캐릭터가 있었다. 아직 애니는 안 나온 듯했지만, 가는 온천마다 뭔가 캐릭터가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암튼 재밌게 기념사진을 잔뜩 찍었다.
위에서 설명한 것들은 전부 이 근처에 있으니 아래의 주소를 참고하도록 하자.
그리고 도고 온천지역의 메인인 메인인 기념품/선물 쇼핑을 시작했다. 사실 아싸라서 줄 사람은 별로 없지만 욕심이 많은 나로서는 열심히 참고 참아서 유통기한을 통해서 합리적으로 구매하려 노력했다.
처음엔 우동을 먹으러 갔다가, 역시 마무리로는 이 지방 명물을 먹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또 도미가 들어간 정식을 먹게 되었다. 저번보다 조금 더 나은 것 같았지만, 역시 미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가격부터가...
쇼핑과 식당도 사실 전부 도고온천역의 근처에 있으니 적당히 찾아들어가도록 하자.
어찌 됐든 간에 맛있게 식사를 마친 뒤, 차로 돌아가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 형이 조금 많이 피곤해 보여서 바로 공항에 배웅을 받은 뒤 보내주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1시간 정도 혼자서 놀다가 비행기를 타고 귀가하게 되었다. 귀가 중에는 다행히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며, 집에 도착하고 한 5분 쉬다가 짐을 싹 다 정리하고 샤워를 마치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맺음말
원래 이번 골든위크에는 계획이 하나도 없었는데, 형이 같이 여행 갈 사람을 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능한 일정을 전달하자 일정까지 맞춰주셨기에 바로 날아가보게 되었다. 즐겁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형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며 이만 글을 마쳐볼까 한다. 또, 시고쿠 여행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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