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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경험담

도쿄에서 벗어나 바다로.

by 킨쨩 2021.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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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 가기 전 날 밤에는 잠이 잘 안 온다. 멋진 영상들로(절대 내가 찍으면 이렇게 나오진 않지만..)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을 보면서, 언제나 나도 저런 멋진 풍경을 보고 찍어보겠다고 다짐한다. 덕분에 부푼 가슴으로 바다에 가기 위한 준비로 손이 분주해진다. 아직 하룻밤을 더 자야 출발이지만, 설레는 마음에 밤새도록 가방을 쌌다가 풀었다가 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최적화된 짐을 완성해내고야 마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유치원생의 신장보다 더 클지도 모르는 긴 오리발인 롱핀 한 세트를 가방에 담는다. 그리고 특별 주문한 도수가 들어간 다이빙용 마스크를 살핀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사용해오면서 익숙했던 마스크와 핀도 한 번씩 살펴본다.

 

 멋모르고 바다가 좋다고 무작정 뛰어들고 들어가던 때를 잠시 회상한다. 물고기 한 마리만 봐도 요란법석을 떨던 때에는 바다만 보면 일단 들어가 보고 싶었고, 차가운 물의 감촉이 즐겁게 느껴졌다. 날씨가 안 좋아도, 파도가 높아도 무서운 줄 모르고 요란법석을 떨면서 놀던 시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위험하긴 했지만, 평범하지 않은 바다를 온몸으로 받아낼 수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내 친구들에게 있어서 나는 바다에 가자고 하는 저승사자와 같이 느껴졌겠지만.

 

 아무튼, 롱핀과 스노클, 마스크를 챙기고, 두벌로 나누어진 슈트를 작게 고이 접어서 가방에 넣는다.

'아, 맞다! 저번에 새로 산 하우징이 있었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프로, 그리고 방수 하우징과 물에 젖어도 되는 삼각대, 마운트 등등을 집어넣는다. 꾹꾹 눌러 담아서 다이빙 가방 하나에 전부 다 담으려고 노력한다.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몇 번이나 다시 짐을 챙긴다.

'음, 이정도면 들고 다니기도 좋고 하나에 예쁘게 들어가 있군.'

 만족스러운 미소가 얼굴에 떠오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물에 젖으면 안 되는 물건들의 가방을 싼다. 잘 바르진 않지만 항상 물에 나온 다음에는 바르리라고 다짐하는 선크림, 온천이나 물 밖에 나왔을 때 사용할 수건, 갈아입을 옷과 속옷, 지갑과 긴 시간 전철 속에서 읽을 책까지. 그 외에도 보조배터리와 같은 전자제품들을 챙겨주면 완성이다! 가방을 다 싸고는 문득 떠오른다.

‘아차, 아침에도 선크림을 발라야 하지!’

 부랴부랴 다시 가방 속에서 선크림을 꺼낸다. 이제 완벽하겠지? 그렇게 반쯤 가방을 열어두고 최상의 내일의 컨디션을 위해서 잠에 든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씻고 어제 미리 준비한 짐을 부랴부랴 챙긴다. 짐을 들고 나오면서도 계속해서 두고 가는 물건은 없는지 걱정된다. 물론 어젯밤에 열심히 짐을 쌋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지만, 내 성격이 평소에 워낙 덜렁거리기 때문에 신경 쓰이는 듯하다. 별 일 없겠.. 지?

 

 내가 도쿄에서 다이빙을 갈 때에는 거의 항상 애용하는 관광 상품이 있다. 바로 'マグロきっぷ(마구로 킷뿌)'라는 케이큐 전철의 표이다. 4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으로 교통비, 식사 1회, 온천까지 한 번에 해결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가성비가 상당히 괜찮다. 예전에는 심지어 지금보다 500엔 이상 더 저렴했었기 때문에 안 가면 손해 보는 기분일 정도였다. 지금도 교통비만으로도 거의 본전 치기가 가능하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오늘도 마구로 킷뿌를 구매했다. 코로나로 인해서 판매 시간 오전 10시 전과 오후 1시 이후로 나누어져 있었다. 아침 일찍 구매하지 못하면 제대로 다이빙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좀 서둘렀다.

 

 집 앞의 노면 전철을 타고 오오츠카 역에서 JR로 환승을 한다. 롱핀이 들어간 기다란 가방을 들고 있는 나의 모습은 주변에서 주목을 모으는 듯하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하는 애기들부터 어르신들까지, 궁금증에 차있는 얼굴을 하고 있다. 근처에 바다도 없는데, 바다에 놀러 가는 차림으로, 기다란 가방을 들고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으면 관심이 가는 것도 좀 이해가 가긴 한다. 환승 후에는 짐을 머리 위에 올리고 잠시 앉아서 책을 펼친다. 한두 페이지를 읽다가 어느새 정신을 잃어버린다.

 

 정신을 차리자 전철의 문이 열려있다. 엄습하는 불안감에 도착역을 확인한다. 다행히도 아직 시나가와역의 전전역 즈음이다. 슬슬 정신을 차리고 책을 한 페이지 정도 더 읽는다. 시나가와 역에 곧 도착하는 방송의 소리를 들으며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서 짐을 내려둔다. 어느새 전철 안이 꽤 많이 비어있다. 30분 정도 타서 그런가?

 케이큐 선에 갈아타는 개찰구에서 마구로 킷뿌를 구매한다. 현재로서는 현찰 이외의 방식으로는 구매가 약간 복잡해지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잠시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되면 지금까지 타고 온 교통카드를 건네고, 마구로 킷뿌와 함께 개찰구를 건너기 위한 표를 받는다. 케이큐 선에서 JR로 바로 갈아타는 개찰구를 이용하기 위함이다.

 

 여전히 아직 배가 고팠기 때문에, 역 안의 타치 소바집으로 향한다. 서서 먹는 소바집인데, 은근히 맛있고 배도 많이 부르기 때문에 혼자 올 때에는 거의 항상 이용하게 되는 곳이다. 어차피 열차를 한번 놓치면 20분 정도 기다려야 특급이 오기도 하니까 딱 기다리면서 먹기에 좋다. 사실 별로 다른 곳과 다르게 특출 나게 맛있다거나, 친절하다는 점은 없다. 오히려 뜨거운 소바보다 차가운 소바가 비싸게 대놓고 상술을 보여준다거나, 뜨거운 소바는 진짜 뒤지게 뜨거워서 차를 한 두 개씩 놓치게 해 주는 센스 있는 가게이다. 그리고 조금 크다 싶은 역에는 하나씩은 있을 법한, 그런 뻔한 가게였다. 하지만 사실 그런 점들이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300엔 수준으로 학식과 비슷한 가격에, 20년은 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을 것 같은 점원들과 서비스, 음식 수준이 어딘지 모르게 그리움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일본에 산 지 아직 6년 정도 되었을 뿐이라 20년 전의 시절을 모르지만, 내가 짱구 아빠 같은 사람이라면 이런 풍경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서 혼자서 궁상을 떤다. 

 

 바깥에 있는 식권 판매기에서 제일 저렴한 뜨거운 우동을 구매하고 가게로 들어간다. 먼저 적당히 열차가 도착하는 것이 잘 보이는 자리를 잡고 카운터에 식권을 내민다. 빠른 대응을 바라면서 메뉴를 크게 읽는다.

‘아이요~’

 주인 할아버지의 기운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본인 장인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오는 할아버지와 다른 직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잠시 핸드폰을 보면서 멍을 때리고 있으면 머지않아서 메뉴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주인 할아버지가 음식이 나왔다고 나를 부른다. 그렇게 항상 먹던 뜨거운 소바를 받아 들고 자리로 돌아간다. 앞에 있는 빨간 고춧가루를 뿌린다. 적당히 매콤한 기분이 들 정도로 몇 번 뿌린다. 이제 드디어 젓가락에 집어서 입으로 옮긴다. 눈앞에는 타야하는 전철이 보인다. 아무렴 어떠랴. 20분 뒤면 또 똑같은 차가 올 텐데. 바삐 떠나는 열차를 바라보면서 뜨거운 면을 공중에서 몇 번씩 휘저으면서 소바를 먹는다. 

 '우동으로 할걸'

 소바를 다 먹어간다. 하지만 전철이 도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기에 괜히 물을 한 잔 더 떠다가 마셔보기도 하고, 국물을 들이켜기도 한다. 국물은 나트륨이 많아서 건강에 좋진 않지만, 어릴 적부터 이런 국물 요리를 참 좋아했다. 국물이 많은 국수와 같은 요리나, 국 종류, 특히 사골 국물을 좋아했었다.  가족과 함께 김밥천국에 가서 음식을 시켜먹을 때에도 오뎅 국물이 공짜라고 3번씩이나 더 달라고 해가면서 먹었던 것이 생각난다. 아마 단순히 물에 어느 정도 향이 나면서 짭짤한, 그 느낌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일본에 살다 보니, 이따금 소바나 우동을 먹을 때나 국물을 마시고 그 외에는 국물을 맛 볼일이 없다 보니 잊어버리고 있었던 맛인 것 같다. 어딘지 모를 그리움의 원인은 이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미우라행 특급열차에 올랐다. 오늘은 주말이라서 그런지,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잔뜩 있는 날이다. 한 번에 탈 수 있는 손님의 숫자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여행객들을 위한 사소하진 않은 배려가 아주 고맙다. 물론 요즘에는 상술로 맨 앞차는 전석 유료석으로 바뀌어버렸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쏟아지듯이 열차 속으로 들어가서, 여러 좌석들 중에서 왼쪽에 있는 창가에 앉는다. 창가 넘어에서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 건널목에서 핸드폰을 보는 사람, 오고 가는 자동차들을 구경하거나, 독특한 건물이나 강, 그리고 산을 유심히 살핀다. 사실 항상 같은 풍경을 보고 있지만, 날씨에 따라서, 시간에 따라서, 그리고 같이 온 사람들에 따라서 언제나 느낌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같이 온 사람은 보통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쉽다. 

 

 친한 사람들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같이 여행할 때가 있다. 그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특별한 사람들에게는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왼쪽 창가를 양보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행동이었겠지만, 나로서는 조금이라도 이번 여행을 즐겁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서 권한 자리이다. 대부분 그 자리에 앉아서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본다. 반대의 경우라면 나도 같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이해해본다.

 

 아무튼, 이번에는 혼자서 하는 여행이니까 창가에 앉아서 머리를 기대기도 하고, 건널목 너머의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나는 시나가와에서 카마타를 통과해서 카와사키로 향하는 구간을 제일 좋아한다. 도쿄와 카나가와의 경계를 가르는 큰 강을 건너게도 하고, 전철이 고가 구간을 지나는 덕분에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도쿄의 모습을 창문을 통해서 비추어주기 때문이다. 아무튼 잠시 생생한 표정으로 창밖을 향해서 카메라를 들이 대고 있으니 옆에 앉은 이름 모를 아저씨가 뭘 하나 궁금해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계속 궁금해하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바깥의 풍경을 사진으로 찍는다. 물론 그다지 특별한 것은 찍고 있지 않다.

 

 머지않아 내가 좋아하는 구간이 끝나고 터널과 시골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구간이 시작된다. 자연스럽게 다시 한번 읽던 책에 손을 향한다. 평소에는 아무래도 다른 일들의 우선순위에 밀려서 책 읽는 일을 한없이 미루기 마련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활용하겠다는 각오로 책을 펴고 하나하나씩 읽는다. 일본의 자기 계발 서적을 읽으면서 전철에서 시간을 보낸다. 일본의 책은 한국 책 보다 사이즈가 작기에, 이런 여행과 같은 때에는 정말 고마운 것 같다. 물론 읽다가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그때부터는 짜증이 난다.

 

 왜 자기 계발 서적을 읽고 있냐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부족한 상식과 삶에 대한 지혜들을 내 나름대로 보충하고 있는 것이다. 뭐 대부분은 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다들 자기 입장에서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들을 강조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생각해서는 내 행동에 최대한 반영하려고 의식한다. 잘 되는 편은 아니지만. 역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아 이 내용 정말 중요해서 어디다가 적어두고 싶네', ‘이런 뻔한 내용은 왜 적은 거지?’, ‘내용은 좋은데 구성이 별로네… 나중에 순서를 다시 바꾸어 봐야겠다.’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루던 책 읽기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어째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할 일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다.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그걸 다시 꺼내서 종이에 적어보고, 책과 함께 내용을 읽으면서 타이핑하고, 몇 번씩 다시 읽어보면서 수정하고 요약해본 다음, 블로그에도 올리고, 전자책 형태로 정리도 해보고… 정말 끝이 없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스르륵 잠에 든다. 몇 페이지 읽지 못했지만, 분명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있으리라. 그리고 어제 너무 설레서 늦게 자기도 했고.

 

 갑자기 쨍한 햇살이 나의 눈가에 드리운다. 터널이 많은 구간을 통과한 듯하다. 도쿄의 흐린 하늘을 벗어나서 새파란, 구름 한 점 있는 그런 하늘에 높게 뜬 태양이 절묘한 각도로 창가에 앉은 내 얼굴에 드리운다. 남쪽으로 향하는 열차의 왼쪽 창가에 앉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딱 적당히 좋은 알람 시계 같은 느낌이다. 일어난 김에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거나, 창밖의 풍경을 다시 한번 즐긴다. 자는 사이 어느새 옆자리는 비어있었고, 맞은편 좌석도 텅텅 비어있는 느낌이다. 반대편 풍경이 더 예쁘면 초등학생처럼 뛰어가서 반대쪽 창가에 달라붙어서는 사진을 찍거나, 코로나로 환기를 해야 한다는 머릿속의 핑계와 함께 창문을 힘껏 열어젖힌다.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창문이 살짝 열린다. 잘하면 머리도 바깥으로 내밀 수 있겠지만 위험하니 카메라만 살짝 내밀어 본다. 

 

 내가 좋아하는 미우라의, 미사키 구치 역에 거의 도착해간다. 알록달록 예쁜 지붕의 색을 갖춘 단독주택들을 보면서, 분주히 내릴 준비를 하는 나. 물론 나 이외의 사람들도 종착역이기에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머리 위의 선반에서 거의 낚싯대와 같은 길이의 가방을 내려서 한 팔에 안는다. 하지만 여전히 시선은 창가 밖 풍경에 고정되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손은 여전히 촬영 중이고. 나중에 열심히 볼 건 아니지만, 일단 눈과 카메라의 메모리에 새겨 넣는 중이었다. 전철에서는 곧 역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에- 마모나쿠…”

 운전수 아저씨도 오랜 운전에 조금 지친 것 같은 목소리다. 아마 중간에 교대하긴 했겠지만, 그래도 꽤 긴 거리를 운전하셨으리라. 내리고 가는 물건이 없도록 주의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물건을 최대한 잘 챙겨서 내린다. 어린 시절, 아니 최근까지도 조금만 멍을 때리면 물건을 두고 내리는 실수를 반복하는 나였기에 특별히 더 주의하도록 하고 있다.

 

 문이 열리자 햇빛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평일이라면 거의 나를 포함해서 십 수명이 내리겠지만, 주말에는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내린다. 특히 가족이나 커플들이 단란한 모습으로 웃으면서 내리는 편인 것 같다. 다들 즐거운 하루를 기대하고 있겠지? 처음 미우라에 왔을 때에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별로 안나 있었는지 주말에 와도 한적한 편이었다. 그런 여유로운 여행지였던 미우라는 어느새 도쿄 사람들의 메인 여행지가 된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멀리 못 가서 그런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나만의 여행지가 널리 알려지면서 자랑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한적한 여유가 어딘지 그립기도 한 것 같다. 

 

 일단 항구에 도착한 다음에는 가볍게 점심을 먹기로 한다. 전철을 거의 2시간 반 정도 탄 덕분에, 버스로 갈아타고 항구로 나가면 딱 점심시간이기도 하니까.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향해서 뛰어간 다음 재빨리 승차한다. 이윽고 문을 닫고 출발하는 버스. 물론 주말 한정으로 좀 길이 막히는 편이라 버스에서 또 한 숨을 잔다.

 

 버스가 어느 정도 속력을 내기 시작하면서 잠에서 깬다. 내 목적지중 하나인 미사키 항구에 거의 도착한 것이다.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문 앞으로 향한다. 마구로 킷뿌를 보여주면서 버스에서 하차한 뒤 바로 식당으로 향한다.

‘오늘은 해질녘즈음에는 날씨가 좋지 않으니까, 일몰 다이빙은 포기하고, 그러면 저녁을 먹고 갈 이유가 없으니까, 점심을 맛있게 먹어야겠다!’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을 맛있는 참치 음식점들로 향한다.

 참치와 미우라에서 잡은 ‘지자카나'로 이루어진 정식요리를 주문했다. 항상 가던 곳이 아닌, 처음 가보는 곳에서. 조금 고풍스러운 여관의 분위기가 풍겨온다. 점원은 나에게 카메라로의 촬영을 정중히 거절해주셨다. 아쉽지만, 음식이 나왔을 때나 조금 찍어보자고 생각하고 자리로 안내를 받는다.

‘역시 여관이라서 그런지, 정말 깊숙이 안내해주는 군. 왠지 음식도 늦게 나올 것 같고 맛있을 것 같아.’

 참고로 위의 사진은 다른 가게이다.

 

 손을 깨끗이 소독하고 자리로 안내받아, 마구로 킷뿌의 식권을 제시해서 정해진 메뉴를 주문한다. 앉아서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과 영상들을 보면서 이것저것 골라내던 찰나, 요리가 등장했다. 요리를 서빙해온 분이, 차례로 간단히 물고기의 이름을 읖어주신다. 전부 다 알아들었을 때에는 어딘가 일본에서 살고 있는 보람과 함께 자랑스러움이,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에는 차마 질문하지 못하는 나였다. 

 

 맛있게 참치 요리를 먹고 여관을 나왔다.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바다로 향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로 다이빙을 하는 곳에는 별다른 탈의실이나 샤워시설이 없다. 그렇기에 일단 편의점에서 물 2리터를 2병 구매한다.

 “봉투는 필요 없어요, 감사합니다"

오늘 한 말 중 10번째 말 정도 될까? 가볍게 말을 던지고 2리터 물통을 두 개나 한쪽 팔에 끼고 일단 편의점을 나온다. 워낙 짐이 많다 보니 편의점 안에 오래 서있으면 분명 영업에 방해가 되리라.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봉투를 받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일단 그대로 다른 가방에 어찌어찌 우겨넣는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다이빙 스팟으로 향하는 버스 정류장의 앞에 선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서 반팔티 사이로 삐져나온 팔이 참 따갑게 느껴진다. 이런 햇살 속에서라면, 바다가 참 아름다울 것 같다고 혼자서 기대를 부풀린다.

 

 마침내 버스의 종착 지점, 작은 섬마을 같은 분위기의 동네에서 내렸다. 바로 이 목적지에 오기 위해서 5시간을 넘게 투자한 것 같다. 중간에 이곳저곳 들리긴 했지만. 바다 바로 앞에 등대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 구석에 있는 작은 길로 지나가려는데, 코로나에 주의하고 되도록 오지 말아 달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어차피 사람도 없고 바닷속에서 혼자 놀건데 괜찮겠지'

  그대로 표시판을 무시하고 목적지로 향한다. 미안 일본!

 구석진 길을 따라 4분 정도 걷다 보면 비포장 도로가 등장한다. 역시 시골은 시골이다. 여기서 2분 정도를 더 걸어가면, 새파란 하늘에 새하얀 등대, 그리고 약간의 모래사장과 바위로 둘러싸인 작은 해안가가 나온다. 하늘과 새하얀 등대를 제외하면 별로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이곳의 진가는 작은 해안가를 둘러싸고 있는 지형에서 나온다. 일단 물속의 구조가 분지형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커다란 해수 수영장 느낌이 든다. 파도도 약해지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온 애기들이 거의 항상 놀고 있기도 한다. 그리고 주변의 바위틈 사이에 서식하는 성게와 조개, 소라를 관찰하거나 잡아볼 수 있다. 물속에는 도쿄 근처 치고 상당히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물이 뿌연 때가 많다는 점과, 수온의 변화가 급격하다는 정도일 것이다.

 

 아무튼, 내가 미우라에서 발견한 가장 놀기 좋은 스폿에 드디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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